生活文化/생활속사진

순백의 눈꽃송이 끝없이 피어나다

바람아님 2018. 1. 18. 09:56
문화일보 2018.01.17. 14:10
상고대가 화려하게 피어난 능선의 낙엽송 숲.
폭설이 내린 설산에서 눈꽃 트레킹을 즐기는 모습. 가까운 수도권 근교에도 눈이 내린 직후에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산이 많다.

수도권서 가깝고 호젓한 ‘눈꽃트레킹’ 명소

경기도서 세 번째 높은 설경

포천 국망봉

10㎞ 순환코스로 눈꽃 힐링

강릉 대관령·선자령

곤돌라 타고 대관령을 한눈에

평창 발왕산

소양호 상고대 아름다움 만끽

춘천 대룡산


눈꽃 트레킹은 겨울철에만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다. 화려한 눈꽃으로 치장한 순백 겨울 산의 아름다움은 숨이 다 멎을 지경이다. 다른 계절에는 볼품없던 산도 눈이 내리면 최고의 경관을 보여주기도 한다. 뽀드득거리는 눈밭에 발자국을 내며 산을 오르다 보면 박하사탕 같은 청량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덕유산이며 태백산 등 이름난 눈꽃 산행지에 버금가는 풍경을 갖고 있으면서도 수도권에서 가깝고 호젓한 눈꽃 트레킹 명소를 골라봤다.


#장쾌한 설경… 포천 국망봉

후삼국 시대 궁예가 전투에 패하고 이곳에 올라 불타는 철원 도읍지를 바라봤다고 해서 ‘국망’이란 이름이 붙었다. 경기 포천의 국망봉은 해발 1167m로 화악산(1468m), 명지산(1253m)에 이어 경기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산이 크고 높으니 당연히 겨울에 눈도 많다.


국망봉의 산세는 크고 단순한 편이다. 설경도 아기자기한 맛보다 장쾌한 맛에 가깝다. 길고 유장한 능선이 온통 설원으로 뒤덮인 풍경은 묵직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국망봉자연휴양림에서 산행을 시작해서 한북정맥 주선을 타고 견치봉을 거쳐 국망봉과 신로봉, 광산골 삼형제 폭포를 거쳐 휴양림으로 되돌아오는 9㎞ 남짓의 원점 회귀 코스가 보편적이다. 설산에서는 산행 속도를 높이기 쉽지 않다. 중간중간 여유 있게 휴식 시간을 갖는다면 왕복 5∼6시간쯤 걸린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산이라고 얕보면 안 된다. 국망봉에서는 지난 2003년과 2005년 겨울 산행을 나섰던 등산객이 사망하는 인명 사고가 있었다. 사고 이후 등산 코스에 300m마다 이정표가 세워지고 하산길에 무인 대피소가 설치됐다. 산행의 피로는 포천의 이동막걸리로 푸는 게 좋겠다. 이동막걸리는 국망봉의 규암석 바위에서 흘러내리는 깨끗한 물로 빚은 술이다.


#순한 눈꽃 트레킹… 선자령

대관령과 선자령 사이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길은 편안하게 누릴 수 있는 눈꽃 트레킹 코스다.

5㎞ 떨어진 대관령과 선자령 사이 325m짜리 능선길이다. 두루뭉술한 산봉우리 몇 개와 들길처럼 평평한 백두대간 능선길이 두 고갯마루를 부드럽게 이어준다. 가파른 비탈길이 거의 없는 데다가 눈밭 위로 길이 뚜렷해서 겨울 산행 장비와 복장만 제대로 갖춘다면 누구나 쉽게 눈꽃 트레킹을 즐기며 화려한 눈꽃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대관령에서 선자령 가는 길은 능선길과 계곡길로 나뉜다.


백두대간 능선길은 바람이 차갑지만 조망이 탁월하고, 계곡길은 아늑해서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능선길이 보여주는 풍경의 규모가 웅장하다면, 계곡길은 잣나무, 낙엽송, 참나무, 속새, 조릿대 등이 군락을 이루며 아기자기한 풍경을 보여준다. 선자령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 발왕산, 서쪽으로 계방산, 서북쪽으로 오대산, 북쪽으로 황병산이 보이고, 날씨가 좋으면 강릉 시내와 동해 바다도 내려다볼 수 있다.

선자령 눈꽃길의 순환코스는 10.8㎞ 남짓. 서두르지 않아도 4∼5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다.


#곤돌라로 오르다… 발왕산

평창 대관령면과 진부면의 경계에 솟은 발왕산은 해발 1458m로 높은 산이지만 정상 턱밑까지 용평리조트 곤돌라로 쉽게 오를 수 있다. 스키리조트가 들어섰을 만큼 적설량이 많아 겨울 눈 산행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발왕산 주위에는 옥녀봉(1146m)을 비롯해 두루봉(1226m), 고루포기산(1238m) 등이 솟아 있고 동쪽 계곡에는 송천의 물길이 지나간다. 발왕산을 오르다 보면 곳곳에서 웅장한 자연을 조망할 수 있다. 대관령과 주변의 고원 목장도 한눈에 들어온다.


발왕산은 쉽게도, 어렵게도 다녀올 수 있다. 곤돌라를 타고 정상 9분 능선의 드래곤 피크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로를 따라 ‘드래곤 피크’를 거쳐 정상에 올랐다가 곤돌라를 이용해 하산하거나 거꾸로 곤돌라를 타고 올랐다가 등산로를 되짚어 내려가는 ‘반등 반곤돌라’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경우 2∼3시간 이내에 산행을 마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매력적인 눈꽃 산행 코스는 스키장 옆 용산2리에서 올라 정상을 지나 드래곤 피크를 거쳐 능선 고개로 내려오는 정통 코스다. 이렇게 두 발로 걸어 오르고 내리면 4∼6시간쯤 걸린다.


#눈이 와도 편안한 산… 대룡산

춘천과 홍천의 경계쯤에 우뚝 선 대룡산은 해발 899m로, 분지를 이루고 있는 춘천 주변의 산 중에서 가장 높다. 해발고도가 그리 높지 않은 데다 산세도 완만한 편이어서 초보자들도 산행하기 쉬운 코스다. 고은리 소류지를 끼고 출발해 임도를 따라 대룡산에 올랐다가 갑둔이 고개로 내려오는 코스와, 반대로 갑둔이 고개에서 출발해 헬기장, 대룡산 정상을 거쳐 소류지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산행 거리는 8㎞ 남짓으로 4시간쯤 소요된다.


산 정상의 전망대에서는 의암호 위로 펼쳐지는 삼악산과 주금산, 대금산, 연인산을 조망할 수 있으며, 봉의산과 춘천 시내도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날씨가 맑으면 경기 양평의 용문산과 유명산까지도 보인다. 눈 쌓인 겨울철에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어 해마다 1월 1일이면 해돋이를 보려는 가족 단위 등산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대룡산 등산을 위해 춘천을 찾았다면 소양호의 상고대를 놓치지 말자.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급강하한 날이라면 춘천의 소양5교와 소양3교 부근에서 화려하게 피어난 상고대를 볼 수 있다. 상고대는 대기 중의 습기가 나뭇가지에 얼어붙어 만들어진다. 이른 새벽 소양5교에서 소양6교로 소양강 물길을 끼고 이어지는 길의 상고대가 가장 아름답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