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사진이 있는 아침] 오래된 기억 속에서 불러낸 풍경

바람아님 2018. 2. 18. 09:01
한국경제 2018-02-14 15:48


귤 한 광주리와 잘 익은 꽈리를 담은 유리병이 낡은 식탁 위에 놓여 있다. 프레임의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은은한 빛은 회색 벽과 푸른 수건에 음영을 살짝 드리우고 있다. 한 폭의 유화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미국의 사진가 맨디 디셔가 찍은 작품이다. 회화와 마찬가지로 정물 사진은 작가의 미학을 반영한다. 디셔는 작품에 짚으로 엮은 광주리나 손때 묻은 나무 탁자 같은, 낡고 친숙한 오브제들을 등장시킨다. 추억의 물건들을 온화한 빛 속에서 담아내,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 갔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보는 사람에게 짧은 휴식의 시간을 주는 사진이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