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성 청두시의 한 대학을 졸업할 예정인 왕치웬(가명)씨는 구직 활동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한 분야인 자율주행자동차 연구회사에 이미 취업이 확정됐기 때문입니다. 사실 왕 씨의 대학 전공은 AI와 관련이 적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그래도 학교 다니며 틈틈이 AI 관련 지식을 익혔고, 대학생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입상한 경력도 있습니다. 그래선지 왕 씨는 3곳의 인공지능 회사들로부터 구애를 받았습니다. 연봉으로 40만 위안(약 6천 800만 원)를 제시받았습니다.
샨시성 시안시에 있는 한 대학에서 전자정보기술 대학원 과정을 수료한 365명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직장을 구했습니다. 이들 중 절반은 자율주행자동차,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번역 등 AI 산업에 종사하게 됐습니다. 학생들은 적게는 2곳, 많게는 7곳의 회사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제시받은 평균 연봉은 30만 위안(약 5천 100만 원), 중국 일반인의 평균 월급보다 무려 11배나 됩니다.
중국 AI 회사들이 이렇게 신입사원 싹쓸이에 나선 건 그만큼 최근 AI 산업의 호황이기 때문입니다. KOTRA 조사에 따르면, 지구상 AI 최강국은 여전히 미국입니다. AI 기업 수나 투자 규모, 지적재산권 등록 수에서 미국이 가장 앞서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추이를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중국이 최근 AI 산업에 투자하는 규모를 매년 2배씩 늘리며 미국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만해도 지구상 새로 만들어지는 AI 회사 둘 중 한 곳은 미국 기업이었는데, 지금은 네 곳 중 한 곳만 미국 기업이고, 네 곳 중 다른 한 곳은 중국 기업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2014년부터 'AI굴기'를 외친 이래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결과인 겁니다. BAT로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세계적인 규모의 회사들이 중국의 AI 산업을 이끌고 있고, 연간 수 천 개씩 창업회사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AI 회사들은 매년 말 그대로 인력 수급 전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시안의 한 대학 관계자는 "2013년에 바이두가 우리 학교에서 고작 1명을 뽑았는데, 작년엔 14명을 뽑아갔다"고 자랑했습니다. 바이두가 늘린 채용 인원만 봐도 중국 AI 회사들의 인력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 합니다. 회사들은 AI 관련 학과 전공자나 고학력 인력을 서로 모셔 가려 혈안이 됐습니다. 해외 유학파는 없어서 못 구할 정도라죠? 여기에 해외 유명 기업들까지 중국에 연구소를 차리고 리쿠르팅 대열에 합세하고 있으니, 회사들 입장에선 재능있는 인재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AI 회사들은 취업 조건을 완화해 신입 사원을 뽑고 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AI 회사 취업생 중 95%가 학사 학위거나 그보다 낮은 학력이고, 회사 3곳 중 1곳은 이 분야 경력이 없어도 채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이른바 스펙 좋은 졸업생들은 이렇게 좋은 시절이 따로 없을 정도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기업을 골라서 가는, 이른바 고용주와 노동자의 갑을 관계가 완전히 바뀐 상황을 누리고 있는거죠. 연봉도 어마어마하게 폭등했고, 연봉 외 다른 부대 계약 조건도 매우 훌륭합니다.
폭발적인 성장일로의 중국 AI 산업의 치명적인 고민은 바로 여기서 발견됩니다. AI 산업의 핵심은 창의력인데, 대부분 중국 AI 회사들은 이미 현존하고 있는 기술을 적용하는 일을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거죠. AI 산업의 외형은 엄청나게 커졌지만, 그만큼 창의적인 재능을 기대할 만한 맨파워가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구인업체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AI산업 종사자들의 40%가 월급 1만 위안에서 1만 5천 위안 정도의 임금 수준입니다. 일반 대학졸업자들 평균 임금보단 조금 높지만, AI산업 종사들이 창의적인 일을 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수치상으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곁들여졌습니다.
중국 내 고급 인력을 우선 빨아들이고 있는 이른바 BAT 회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KOTRA는 이들 기업이 중국내 AI시장을 선도하는 이유에 대해 "정부의 전폭직원 지원과 거대 내수시장 때문"이라며 "이들의 글로벌 경쟁력에 이견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한마디로 중국 국내용 아니냐는거죠.
서구의 한 매체도 "이들 회사들의 기초 체력은 구글, 페이스북 등이 금지된 '무균실'에서 길러졌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금처럼 순항할지 알 수 없다"고 냉정하게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AI 산업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분명 존재합니다. 일단 거대한 내수 시장과 14억 명의 인구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는 AI 기술자들에게 천혜의 선물입니다. AI 산업 인력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자원이 중국보다 풍부한 곳은 없습니다. 중국 정부는 AI 산학 합동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연구와 산업을 함께 병행 발전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입니다.
몇 번의 실패 정도는 거뜬히 버텨줄 수 있는 정부의 강력한 투자 의지는 무엇보다 큰 강점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국의 치명적인 고민은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치유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CCTV 화면 캡처)
정성엽 기자js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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