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3.23 안용현 논설위원)
중국 TV 뉴스에는 '3단계 원칙'이라는 게 있다.
첫 뉴스는 무조건 시진핑 국가주석 등 공산당 지도부가 바쁘게 일한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는 해외 사건·사고 뉴스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발전상을 보여준다.
이런 TV 뉴스를 매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최고 지도자들이 열심히 뛰는 덕분에 중국 밖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중국은 계속 발전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중국 공산당만큼 일찍부터 선전 선동술을 중시해온 정치세력도 없다.
마오쩌둥은 1930년대 1만2500㎞를 쫓기던 대장정 기간에도 홍색중화통신사(신화통신 전신)를 만들어 선전 활동을 펼쳤다.
1936년에는 미국 기자 에드거 스노를 근거지 산시성 옌안(延安)으로 불러들여 인터뷰했다.
서방에서 도적 떼 취급받던 공산당 이미지는 순식간에 '혁명 세력'으로 바뀌었다.
▶중국의 모든 미디어는 공산당의 선전 기관이다. 언론이 아니다.
공산당 선전부가 내려보내는 지침을 따라 쓰고 읽는 것뿐이다. '기자'도 상당수가 공산당원이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시위자들은 민주화 조건으로 언론의 자유를 요구했다.
당시 학생들은 관영 매체를 믿지 못하겠다며 '학생 운동의 소리(學運之聲)'라는 이름으로 길거리 방송을 하기도 했다.
2016년 시 주석을 '최고(最高)'가 아니라 '최후(最後) 지도자'라고 잘못 쓴 신화통신 관계자 3명은 중징계를 받았다.
▶중국은 21일 관영 CCTV와 인민라디오방송, 국제라디오방송을 합쳐 '중국의 소리(中國之聲·Voice of China)'라는
통합 매체를 만든다고 밝혔다.
이름만 놓고 보면 미국이 2차 대전 중이던 1942년 2월 독일어로 첫 방송을 시작한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를
본뜬 것으로 보인다. 당시 VOA는 미국 정책 선전과 함께 자유·민주의 가치를 퍼뜨렸다.
1942년 8월 전파를 탄 한국어 VOA 방송은 일제 치하에서 고통 받던 우리 민족에게 희망의 빛을 주기도 했다.
미 정부 자금으로 운영되지만 독립된 편집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공산당 선전부가 직접 통제하는 VOC는 자유·민주·인권이 아니라 '시 황제 사상'을 중국 안팎에 선전하려는 기구다.
시 주석은 2015년 당 간부들에게 "나라가 약하면 굴욕을 맛보고 제 목소리를 못 내면 비난을 받게 된다"며
대외 선전을 강조했다. 미·중이 VOA와 VOC 간 국제 여론전까지 벌일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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