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5.25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베이징의 전통 주택 중 으뜸은 사합원(四合院)이다.
중국 북부에서 일찌감치 지어지기 시작했던 집이다.
그러나 청(淸)대 접어들면서 베이징에 아주 많이 들어섰다.
특히 황궁이었던 자금성(紫禁城) 주변을 아직도 장식하고 있다.
특징이 몇 있다.
우선 축선(軸線)이 분명하다. 대개는 남북의 종향(縱向)이다.
동남쪽에 조그맣게 난 문을 들어서면 남북 축선을 중심으로 동서 양쪽 건물들이 대칭을 이룬다는 점도 특색이다.
앞은 외부 사람을 맞이하는 당(堂), 뒤는 가족들만이 사는 실(室)의 구조라는 점도 눈에 띈다.
'사합원'이라는 이름은 바깥을 이루는 동서남북의 네(四) 면이 중간의 뜰(院)을 향해 합쳐진다(合)는 맥락에서 유래했다.
우리식 'ㅁ'자의 닫힌 형태로 지어진 한옥(韓屋)을 떠올리면 좋다.
그러나 사합원은 그 '밀폐'의 정도가 더 심하다.
사합원 조감도
우선 동서남북 네 면의 벽이 견고한 성벽과 같은 느낌을 준다.
아울러 모든 건축물이 겉으로는 등을 돌리고 안의 뜰을 향하는 배치다.
따라서 벽을 두껍게 쌓고 외부의 것을 경계하는 심리가 강하게 드러난다.
남북 종향의 축선은 사람 사이의 높고 낮음, 즉 존비(尊卑)의 성향을 담은 건축 심리다.
집 안에 거주하는 사람의 등급에 따라 신분이 높은 사람일수록 북쪽, 정면에 자리를 잡는다.
그다음 사람들은 등급(等級)에 따라 동서로 각각 나눠 거주한다.
중국인들은 이 사합원에 매력을 느끼기 십상이라고 한다.
견고하게 쌓은 벽, 모든 것이 안으로 향하는 구조, 축선이 만들어 내는 위계(位階)와 질서 등의 안정감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달리 보는 경우도 있다.
밖에 등을 돌린 모진 담과 건축물이 안으로만 향하는 구조는 폐쇄와 자기만족,
그와 더불어 얹힌 남북 축선 상의 등급과 위계는 진부한 차별 의식을 드러낸다고 보는 시각이다.
개혁·개방 초기의 활달함을 잃고 점차 강성해진 뒤 본색을 드러내는 중국을 요즘 이 사합원의 건축 심리로 살필 때가 많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조선일보 2018.01.26 ~ ) |
[1] 皇帝와 붉은 자본가 (조선일보 2018.01.26) [2] 대륙의 虛實 (조선일보 2018.02.09) [5] '策士'와 대항마 (조선일보 2018.03.30) [6] 중국式 '냉정한 불 구경' (조선일보 2018.04.13) [8] '孔孟' 아닌 또 다른 중국 (조선일보 2018.05.11) [9] 中 전통 주택에서 드러나는 차별 의식 (조선일보 2018.05.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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