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은 1859년 쓴 ‘자유론’에서 기존 관념을 뛰어넘는 자유론을 펼친다. 이전의 자유론은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치중했다. 천부인권, 주권재민 사상에 기초하여 전제(專制) 권력을 타파하고,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일치시키는 민주적 권력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정치 사상가들의 관심사였다.
미국의 독립선언과 프랑스혁명은 고전적 자유주의가 확산되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후 밀은 민주적 정치체제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의 자유가 충분히 보호되지 않는 현실에 눈을 뜬다. 밀은 각 개인이 자신의 삶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추구함으로써 얻어지는 ‘개별성’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핵심 요소이자 행복의 원천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그 개별성이 간섭받지 않고 존중되는 것을 자유의 본질로 파악했다.
밀은 자유가 침해되는 구도로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주목한다. “사회가 그릇된 목표나 관여해서는 안 될 일을 위해 권력을 휘두를 때, 그 횡포는 정치적 탄압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이 된다.” 밀은 ‘인민의 의지’라는 이름하에 국가의 손을 빌리건, 비권력적 작용을 통해서건 다수에 의해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는 ‘다수의 폭정’을 우려하였다.
밀은 사회성과 개별성을 조화시킴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특히 정치 영역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다수이기에 옳다’거나 ‘옳기에 다수다’라는 숫자 지배 논리에 머무르는 수준의 사회라면 ‘자유론’은 시대를 초월한 적실성이 있다. 관용과 타협이 설 자리를 잃고, ‘정의’,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하에 생각·표현·학문의 자유를 억압하고 획일성을 강요하지는 않는지 스스로 경계할 것을 밀의 자유론은 촉구하고 있다.
신상목 전 외교관·일식집 ‘기리야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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