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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간첩 출신이 공기업 감사 최종 후보, 이젠 그게 훈장인가

바람아님 2018. 8. 26. 08:31


조선일보 2018.08.25. 03:10

 

간첩 활동을 하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람이 공기업 상임감사 최종 후보에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1992년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의 주범 황인오씨가 지난 7월 강원랜드 상임감사 최종 후보 2인에 포함된 것이다. 황씨는 북 권력 서열 22위의 남파 간첩 이선실에게 포섭돼 1990년 밀입북했다. 북 노동당에 가입한 뒤 간첩 교육과 함께 '남한 중부에 당을 조직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1992년 체포될 때까지 중부지역당 총책으로서 지하당 규모를 300여 명으로 키웠다. 중부지역당 사건 판결문을 보면 당시 연루자들은 벽에 걸린 노동당기와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보며 "위대한 수령님을 모시고"로 시작하는 맹세문을 읽었다. 2000점이 넘는 압수물에는 권총과 소음기, 대북 송신용 무전기 등이 있었다. 황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김대중 정부가 특사로 풀어줬고 노무현 정부는 사면복권시켰다.


운동권이 주류인 문재인 정부가 운동권 출신들에게 공직을 나눠주는 것은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황씨는 민주화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김씨 왕조를 세우려고 간첩 행위를 했던 인물이다. 황씨는 2004년 북한의 우상화 등을 비판한 적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 공직을 맡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공직 아니면 할 일이 없나. 그는 강원랜드에 대해 '나라를 도박 천국으로 만든다'고 맹비난했던 사람이다. 바로 그곳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다면 스스로 부끄럽지 않나.


황씨가 최종 후보가 될 때까지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놀랍다. 강원랜드는 지난 5월 감사 지원자 16명을 서류 접수한 뒤 면접 등으로 5명을 뽑았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5명을 심사해 황씨를 포함한 2명 명단을 강원랜드로 보냈다. 두 달 넘게 진행된 이 과정을 황씨는 무사히 통과했다. 인터넷에 황씨 이름만 넣어봐도 간첩 전력은 줄줄이 나온다. 운동권 정권이 들어섰으니 간첩 이력은 훈장이라고 생각했나. 어떻게 '민주화 투쟁'과 '김씨 왕조를 위한 투쟁'이 한배를 타나. 황씨가 최종 후보가 된 과정도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