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1.02. 03:11
전남 순천만습지에 찬 기운이 사방으로 번지면 흑두루미가 찾아온다. 세계적으로 1만 마리만 관찰되는 희귀 보호 조류다. 천연기념물 228호로 겨울 진객(珍客)으로 불린다. 순천만은 국내 유일의 흑두루미 월동 서식지다. 알락꼬리마도요·매·독수리 등 멸종위기종 25종, 큰고니·노랑부리저어새 등 천연기념물 20종이 서식한다. 계절에 따라 둥지를 트는 조류는 230여 종에 달한다. 순천만습지는 생명의 보고(寶庫)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깊숙이 들어간 하구(대대포구)에 형성된 광활한 갯벌(22.6㎢)에는 칠면초·천일사초·퉁퉁마디와 붉은발말똥게·농게·칠게·짱뚱어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 갈대 군락지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1.9배인 5.4㎢(약 163만평)로 국내 습지보호지역 중 가장 넓다.
순천만을 품은 순천을 포함해 제주, 창녕, 인제 등 4곳이 최근 '람사르 습지 도시'로 인증받았다. 지난 25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13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최초로 선정한 전 세계 '람사르 습지 도시' 18곳에 포함됐다. 인증 도시는 앞으로 6년간 람사르 상징 브랜드를 사용하며 국제적인 친환경 도시로서 권위를 부여받는다. 김대인 순천시 순천만보전과 계장은 "람사르가 들어가는 친환경 브랜드를 지역 농산품에 독점적으로 6년간 사용하게 돼 농가의 소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국제 친환경 도시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원 인제군과 양구군에 걸쳐 솟은 대암산(1309m) 정상엔 '용늪'이란 습지가 있다. 용늪은 국내 유일의 고층습원(高層濕原)이다. 용늪의 이름은 '승천하는 용이 쉬었다가 가는 곳'이란 전설에서 유래했다. 큰용늪·작은용늪·애기용늪 등으로 나뉜 습지의 전체 면적은 1.36㎢. 이곳엔 비로용담·기생꽃 등 319종의 멸종위기 야생식물과 수리부엉이 등 337종의 멸종위기 야생동물 등이 서식한다. 용늪의 기온은 1년 중 5개월 이상 영하에 머문다. 170일 이상이 안개에 휩싸일 정도로 습도도 높다. 이 때문에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들은 죽은 뒤에도 썩지 않고 그대로 쌓여 이탄층이라 불리는 퇴적층을 형성한다. 이탄층은 1년에 1㎜가량 쌓이는데, 이곳의 이탄층을 분석한 결과, 용늪이 만들어진 시기는 무려 4000~4500년 전인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시 조천읍이 람사르습지도시로 인증된 데에는 선흘1리 동백동산이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동백동산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숲의 생태원형이 잘 보존된 곶자왈(약 59만㎡ 규모)이다. 동백나무 10여 만 그루가 군락을 이뤄 서식해 동백동산이라 불리고, 한반도에서 가장 넓은 평지형 난대성 상록활엽수 천연림이다. 동백동산에는 크고 작은 습지가 39곳이 있다. 동백나무뿐만 아니라 종가시, 후박, 빚죽이, 새우난초, 보춘화, 사철란 등이 자생하는 등 환경부 멸종위기종 1급인 매, 2급 10종, 천연기념물 6종, 세계적 멸종위기 식물인 15종 등 법정보호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동백동산은 약 5㎞에 걸쳐 탐방 코스가 조성됐다. 동백동산습지센터에서 출발해 제자리로 돌아오는 코스로, 입구에 발을 들이면 순식간에 깊은 숲속으로 빠져든다.
경남 창녕군 대합, 유어, 이방면 등에 걸쳐 있는 우포늪은 220여만㎡(75만여평) 넓이로 국내 최대 규모의 내륙 습지다. 화왕산에서 발원한 토평천과 낙동강의 물이 유입돼 형성됐다. 물의 표면, 물과 땅이 만나는 가장자리, 물속 등에 자라는 자라풀·가시연꽃·부들 등 480여 종의 식물류와 고니·노랑부리저어새·황조롱이·잿빛개구리매 등 62종의 조류, 수서곤충류 55종, 포유류 12종, 파충류 7종, 양서류 5종, 패류 5종 등이 사는 생태계의 보고다. 봄에는 선버들·왕버들의 연둣빛 새싹과 온통 붉게 물든 자운영 등이, 여름에는 매자기·생이가래·자라풀 등 모든 종류의 수생식물이 지천을 이룬다. 가을에는 억새, 갈대 등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만날 수 있는 새들도 계절별로 다양하다. 3~4월엔 번식을 하기 위해 시베리아로 떠나는 오리·기러기류 등의 비행이 멋있고 5~6월엔 번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쇠물닭·논병아리·백로 등이 눈을 즐겁게 한다. 한여름엔 물닭·논병아리들이 새끼를 몰고 다니는 모습이 정겹다.
☞람사르협약, 람사르 습지 도시
람사르협약(Ramsar Convention)은 습지를 보전하고 현명하게 이용하자는 뜻에서 1971년 2월 이란 람사르에서 채택됐다. 우리나라는 1997년 101번째 국가로 가입했다. 국내 람사르 습지는 순천만 습지, 창녕 우포늪 등 22곳, 세계적으로는 170국에 2285곳이 있다.
람사르 습지 도시(Wetland City Accreditation of the Ramsar Convention)는 람사르 습지 인근에 있는 도시와 마을이다. 2015년 1월 상임위에서 한국과 튀니지가 개념을 공동 발의했고, 최근 총회에서 최초의 ‘람사르 습지 도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4곳을 포함해 세계 7국 18곳이 인증받았다.
람사르협약에 따르면 습지는 깊이 6m가 넘지 않는 물에 잠긴 땅이다. 늪은 깊이 1~3m인 물웅덩이로 습지의 한 종류다.
'人文,社會科學 > 時事·常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만난 名문장]최악의 상황 (0) | 2018.11.06 |
---|---|
[알쓸신세] 세계 최대높이 인도 동상 뒤에 '역사 정치' 싸움 있다 (0) | 2018.11.05 |
[윤희영의 News English] 인간의 '비인간적' 잔혹성 (0) | 2018.11.01 |
김문수 "박정희에 침 뱉던 내가 이제는 꽃을 바친다" (0) | 2018.10.27 |
[알쓸신세] "뛰면 자궁 떨어져" 사우디 같던 美 금녀의 벽 (0) | 2018.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