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21일 오전 국방컨벤션센터에서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위한 깜짝 생일파티를 연다고 복수의 주한미군 소식통이 전했다. 한 소식통은 “백선엽 장군의 가족들이 생일 모임을 하는 데 도와줄 수 있는지를 조용히 요청했는데 미 8군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열리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역전 노장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는 것이다.
1920년생인 백 장군은 23일로 만 98세를 맞는다. 그는 2013년부터 명예 미 8군 사령관도 맡고 있다. 해외 주둔 미군이 주재국 국민을 명예 사령관으로 임명한 건 백 장군이 최초다.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의 미 8군 사령부 건물엔 그의 이름을 딴 ‘백선엽 홀’도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백 장군 본인은 자신의 생일잔치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미국식 깜짝파티(surprise party)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주한미군 측이 미리 제공한 백 장군의 생일파티 참석 예정자 명단에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를 비롯해 6ㆍ25 전쟁 참전국 대사 5~6명이 포함됐다. 또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ㆍ미 연합사령관(육군 대장)과 마이클 빌스 미 8군 사령관(육군 중장) 등 주한미군 지휘부가 명단에 올랐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도 참석한다. 이 소식통은 “200여 명의 귀빈이 자리를 함께 한다고 알려왔다”며 “단 일부 미측 귀빈들은 당일 갑작스런 일정이 생기면 불가피하게 참석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양해를 구해왔다”고 알렸다.
백 장군은 6ㆍ25 전쟁을 함께 치르면서 미군이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 지목한 한국군 장성이다. 역대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에 취임하면 백 장군을 찾아 깍듯하게 ‘전입신고’를 하는 게 관례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 8일 취임식 다음 날인 9일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한ㆍ미동맹 65주년 특별기획전’에서 백 장군과 만났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부친인 크레이튼 에이브럼스는 1군단과 9군단에서 참모장교로 6ㆍ25 전쟁에 참전했다. 그때 백선엽 장군과도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