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2.07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평론집 '문신공방·셋' 펴낸 정과리 문학비평가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은 문학비평가 정과리(61) 연세대 교수가 평론집 '문신공방(文身孔方)·셋'(역락출판사)을 냈다.
2005년과 2018년 동일한 제목으로 낸 책의 시즌 3에 해당한다.
문학비평가의 시선으로 한국 문학과 문화, 사회를 분석하고 해석한 단평(短評)을 모았다.
책 제목에서 '문신'은 '몸에 새기는 글쓰기'를 가리키고, '공방'은 '엽전'의 한자어일 뿐 아니라
'工房' '空房' '攻防'을 동시에 뜻하기도 한다.
정 교수는 소천비평문학상을 비롯해 지금껏 6개 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한국 비평 문학을 대표해왔으며,
프랑스어로 번역된 평론 선집 '한국 문학의 욕망'도 냈다.
―책에서 '민주주의에 자유 개념은 명시적으로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한 까닭은 무엇인가.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발성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저마다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제도가 민주주의다.
그런데 우리는 민주주의를 '다수를 위한 제도'의 뜻으로 흔히 사용한다.
그래서 공평히 나누고 공평히 누리는 것을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데,
그 공평함이 특정한 강제나 통제에 의한다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개인들의 자발성을 통해서만 민주적 합의를 통한 공동선의 실현이 가능하다.
자유는 평등을 포괄하지만 평등은 자유를 포괄하지 못한다."
문학비평가 정과리는 “언어를 통해 나의 문학행위는 나의 거듭남과 세계의 변혁을 동시에 진행시킨다”고 말했다.
/조인원 기자
―'한국인은 재빨리 결론 나는 생각들을 좋아하고, 굴곡이 복잡한 생각을 잘 읽어내지 못한다'고도 썼다.
"한국 사회는 초고속 경제성장을 달성해 왔기 때문에 결과에만 관심이 있고,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복잡다단한 과정은
무시하는 게 관행이 되었다. 이러한 태도는 한국인의 정신적 불모화와 빈약화를 초래했다.
과정을 중시한다는 것은 사태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본다는 것이다.
전체를 볼 수 있을 때만 당장의 결과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바람직한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지식인은 이상(理想)에 집착하고 현실을 살피지 않는다. 그 이상이 의도만으로 달성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세상이 쉬우면 얼마나 좋겠나? 의도와 결과는 빈번히 다르다.
세상의 복잡성은 섬세하게 고려하고 그 복잡성의 움직임과 함께 굴러야만 풀어낼 수 있다.
이상에만 조급하게 집착하다 보니 자신도 잘 모르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게 된다.
그런 생각들은 또 집단화되기가 너무 쉬워서 교조주의로 연결된다.
지식과 욕망이 혼동되고, 실생활과 이념이 어긋나는데도 의식하지 못한다.
―요즘 한국 소설을 통해 드러난 현실의 특징이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나.
"상당수 작품이 세상의 문제를 '일인 대 만인'의 싸움으로 가정하고 일인, 즉 나를 선으로 만인을 악으로 돌리는
경향이 미만(彌滿)해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피해 의식과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쉽게 단정되고 정당화된다.
긍정적인 방향에는 글쓰기의 변화가 있다.
민주화 이후 지난 30년을 지배해 온 한국 문학의 이념적 주제는 '개인주의'다.
요즘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개인들은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해서 변화시켜 나간다."
―종이책을 스캔해서 파일을 저장해 둔다고 했는데 몇 권 정도인가.
"개인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 놓은 책이 5만321권이고, 파일로 된 책이 4만2273권이다.
이 중엔 종이책을 찢어서 스캔한 것도 있고 파일 버전을 구매한 것도 있다."
문신공방. 하나 : 현대 한국 소설과 비평 그리고 문학판 읽기 1988~2005 | |
문신공방 둘 : 한국문학을 처 읽고 뜯어 읽고 스스럼 있이 꾀꾀로 새겨 넣다 | |
문신공방 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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