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4.23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윌리엄 샤이러 "제3공화국의 융기와 쇠망"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지난 14일 골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타이거 우즈의 우승은 감동적이었다.
10년 전 골프 황제 우즈가 도덕적 해이로 몰락했을 때 많은 팬이 실망하고 분노했다.
그 후 우즈는 부상과 불명예, 실의의 진창에서 허우적거렸으나 분골쇄신의 노력으로 옛 기량을 회복했다.
그의 재기는, 인간은 각오가 철저하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듯해서 참으로 기뻤다.
하노이에서 비 맞은 개가 되어 평양으로 돌아간 김정은이 '재기'할 길이 있을까?
김정은이 자기 국민 1000만을 굶겨 죽이더라도 정권 수호용 핵은 절대 놓지 못하겠다는 한, 탐식과 방탕으로 자기 명을
단축할지언정 국민과 함께 굶을 생각은 하지 않는 한 그가 죽음의 수렁에서 자신을 건져 올릴 길은 전혀 없다.
김정은은 지난 12일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에게 "오지랖 넓은 촉진자, 중재자 행세를 그만하라"고 나무라면서
"민족의 이익을 위한 당사자가 돼라"고 주문했다. 나무라기엔 만만치 않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반성하고
계약서 고쳐 써 오면 한 번 더 만나 주겠다고 너그러운 미끼를 던졌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게 주문한 '중재자 행세를 그만하고 민족의 이익을 위한 당사자가 돼라'는 아마도 북한을 원조하게
허락해 달라고 세계만방 싸다니지 말고 세컨더리 보이콧을 감수하고 당장 북한에 돈과 쌀 갖다 바치라는 주문이 아닐까?
불행하게도 문 대통령은 그의 요구라면 무엇이나 따를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은 한국과 북한이 같이 목 졸려 사망하는 길이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해 안으로…'라고 말미를 준 것은 유화의 제스처로 트럼프의 경계를 늦추고 그동안
핵잠수함 건조와 핵탄두 소형화 작업을 끝낼 수 있는 시간을 벌려고 던진 수일 것이다.
그에 대해 트럼프는 "우리 서로 속내를 환히 아니까 3차 회담도 재미있을 거야"하는 식의 응대를 했다. 약이 오른 김정은은
폼페이오와 볼턴을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이 어이없는 요구에 미국 정계는 분노하기보다 크게 웃은 것 같다.
독일의 제3공화국 역사에 반드시 상세히 기록되는 1944년 7월 20일의 히틀러 암살 시도는 성공했더라면 2차 대전의
사상자를 최소 1000만명은 줄일 수 있었겠기에 그 실패가 너무나 안타깝다.
김정은 역시 1년 일찍 죽으면 수백만의 생명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처자식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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