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4.16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그토록 결격 사유가 많은, 그리고 국민의 반감이 강한, 박영선, 김연철 등의 장관 임명을 강행한 다음 날
국무회의에서 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국민의 숨을 막히게 했다.
문 대통령은 "특권층끼리 결탁하고 담합하고 공생하여 국민의 평범한 삶에 좌절과 상처를 주는
특권과 반칙의 시대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제껏 임명한 고위 공직자 중 다수가 특권을 과도하게 누렸던 반칙왕들로서 그들의 임명은
평범한 국민에게 좌절과 상처를 주었다. 이런 인물들의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통치권자의 반칙이다.
문 대통령은 또 그 며칠 전의 신문의 날에는 '이제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정치권력은 없고 정권을 두려워하는 언론은 없다'고
단언했고, 작년에는 정부 권력을 비판, 감시하는 언론인들의 사명 완수를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바로 신문의 날 저녁에 발화한 강원도 산불이 엄청난 기세로 확산되는 동안 전혀 나타나지 않았고
수습을 위한 지시도 없어서 그가 그 5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고 의문을 제기한 유튜버들에 대해서
청와대에서 '대응팀'을 구성한다고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너무나 현실과 상반되는 말이어서 더듬거리며 할 말을 대통령이 너무나 태연히, 분연한 어조로 하는 것을
보니 국민은 소름이 돋는다. 대통령이 자기 확신이 가득하니 궤도 수정의 가능성이 없다는 말이 아닌가?
이번의 한·미 정상회담도 국민의 의사는 아랑곳없이 먼 길 달려가 트럼프에게 김정은 살려주라고 호소한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은 자신이 국민의 대리자로서 전체 국민에게 책임진다는 의식이 없는 듯한데,
혹시 자신이 신의 대리자라고 믿는 것일까?
문 대통령이 자신이 신의 뜻을 실현한 것이 아니고 신의 뜻을 좌절시켜왔음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가?
하루하루 나라가 기우니 국민은 시시각각 속이 타는데.
19세기 영국의 문호 찰스 디킨스의 명작 '위대한 유산'에 나오는 미스 해비셤은 결혼식 날 약혼자에게 버림받고서
세상의 모든 남성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그러나 일생 공들여서 주인공 핍과 그가 연모하는 에스텔라를 영원히
불행하게 만든 자기의 '죄'를 깨닫고는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하고 절규한다.
문 대통령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라고 울부짖을 때 그가 한 일을 되돌릴 길은 전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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