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中國消息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5] 자금성 붉은 담 위의 난초꽃

바람아님 2019. 7. 5. 11:05

(조선일보 2019.07.05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베이징(北京)의 큰 상징은 자금성(紫禁城)이다. 명(明)과 청(淸) 두 왕조의 황제(皇帝)가 머물렀던 황궁(皇宮)이다.

1925년 이후 고궁(故宮)으로 불렀지만 원래 명칭은 그렇다.

자금(紫禁) 두 글자는 따로 떼서 이해해야 좋다.

앞 글자는 중국 천문(天文)에서 가장 높은 별자리, 자미성(紫微星)을 가리킨다. 뭇 별을 거느리는 최고 별이다.

중국의 전통 천문은 땅 위의 권력을 그대로 투영했다. 지상(地上) 최고 권력자인 황제(皇帝)와 그 주변에 있는 대신(大臣)의

역할 등을 하늘의 별자리로 옮겨 설명한다.

그 복판이자 가장 높은 곳의 별 자미성은 곧 황제의 상징이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둘째 글자 금(禁)은 새김 그대로다. 사람의 통행을 제한하는 행위다.

문의 출입을 막았던 문금(門禁)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자금'은 황제의 거처에서 일반인 통행을 아예 막는다는 뜻이다. 앞 글자 자(紫)는 색조로 볼 때 자줏빛이다.

보라색이 비치는 붉은색 정도로 볼 수 있다. 자금성 외부의 모든 담을 붉은색으로 칠한 이유다.

그로써 자금성이 지니는 이미지는 삼엄(森嚴)함이다. 범접할 수 없는 권위를 느끼게 한다.


요즘 홍콩의 시위가 빈번해졌다. 이곳 상징은 자형화(紫荊花)다.

엄격하게 따지자면 양자형(洋紫荊)이라고 적어야 옳다. 홍콩에서만 자생했던 일종의 난화(蘭花)다.

천연 자줏빛을 자랑하는 예쁜 꽃이다.

홍콩에서만 자랐던 이 꽃 이름 앞에 붙었던 '양(洋)'을 없애고 본래 달리 있었던 중국 토종 '자형화' 이름을 매긴 때가

홍콩의 주권이 중국에 귀속한 1997년이다. 이후 이 '자형화'는 홍콩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 전역의 지배력을 상징하는 공산당과 자유·민주를 고수하려는 홍콩의 지향이 충돌하는 요즘이다.

삼엄한 자금성 담 위로 자줏빛 자형화가 자꾸 고개를 쳐드는 형국이다.

꽃의 생명력이 견고한 담을 넘을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