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권위 있는 외교정책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6일(현지시간) '일본이 준비되지 않은 싸움을 시작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과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비판했다.
"한국을 상대로 수출 전쟁을 시작했지만, 역풍에 전혀 대비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아베, 강제징용 판결에 분노 '무기 물색'
이 매체는 "아베 총리가 오랜 기조를 바꿀 준비가 된 듯하다"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이유로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를 가하는 등 '경제 전쟁'을 시작한 상황을 지적했다.
FP는 아베 총리 측근의 말을 인용, "아베 총리가 한국의 강제징용 판결에 매우 분노했으며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찾던 중 '수출(규제)'로 마음을 굳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이번 조치를 시행하면서 정부 차원의 일관된 메시지를 내지 못했다고 FP는 지적했다. 지난 7월 초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 경제산업상은 수출규제 조치에 반발하는 한국 정부에 "국가 안보적 문제일 뿐"이라고 대응했다. 그러나 얼마 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수출 통제는 국가 안보상의 이유였지만, 한국은 20개국 정상회의 전에 징용문제에 대해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이번 조치의 이유임을 인정해버렸다.
최근에는 아베 총리가 "한국은 징용 문제를 다루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며 다시 징용문제를 들고 나오는 등 메시지와 소통 창구의 혼선으로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일본 측 주장에 힘이 실리지 못했다고 FP는 꼬집었다.
삼성 원자재 국산화, 불매운동으로 '일본 타격'
한국에 18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의류업체 '유니클로'는 한국내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30%가량 감소했으며, 주류업체 '아사히'도 비슷한 매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750만명에 달했던 일본 내 한국인 관광객이 최근 몇 주 동안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최근 삼성이 일본에만 의존했던 메모리칩 및 디스플레이 원자재의 수입처 다변화를 결정하면서 일본 경제에 미칠 영향은 더욱 커진 상태다. 한국 정부도 일본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64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 "한국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이지만, '수출 금지'로 격화하지 않는 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예측했다. 게다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자본투자는 큰 규모가 아니기에 한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정치논리가 경제에 개입해선 안된다"는 금언 되새겨야
FP는 참의원 선거를 마친 아베의 외교적 입지가 상당히 복잡해졌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아베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하지 못한 동북아시아의 유일한 지도자가 됐으며, 호르무즈 연합군 결성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직면해있다"고 전했다.
이어 "독도 영공을 침범한 중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도전에 대비하고, 독도와 센카쿠 열도·쿠릴 열도 등 영토분쟁 문제에도 대응해야 하는 등 아베의 셈범이 복잡해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FP는 "정치논리가 경제에 개입해선 안된다"는 금언을 되새겨야 한다고 아베 총리에게 조언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