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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법적 문제 없다”는 조국의 법률투쟁

바람아님 2019. 9. 5. 09:53

동아일보 2019-09-05 03:00


장관 지명 예상하고도 서울대 복직, 교수월급 한 달 치 챙긴 뻔뻔한 위선
법적 문제 없다고 그리 당당한가
법무장관으로 총선 승리 이끌면 자유민주 없는 개헌도 가능할 것
           
김순덕 대기자

서울대 교수쯤 되는 지식인이 아니라 해도 상식과 양심을 지닌 사람이면 곧 관둘 직장에 복직해 월급을 받아 가는 일은 못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그러지 않았다.

7월 26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떠나 8월 1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복직했고, 9일 청와대 인사 발표가 나오자 곧바로 인사청문회 준비팀 사무실로 출근했다. 방학 중이라 강의 한 번 하지 않았는데도 서울대는 17일 국민이 혈세로 지원한 800만 원 넘는 월급을 내줘야 했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그나마 지난달 다시 휴직을 신청했다면 서울대는 날짜를 계산해 무노동 임금을 돌려받았겠지만 조국은 청문회 대비에 골몰하면서도 교수 월급 한 달 치를 고스란히 챙겼다. 장관 임명이 늦어지면 10일 추석 명절 휴가비 339만 원까지 받을 판이다.

셀프 청문회에서 조국은 과거의 조국이 보여준 번지르르한 언행과 숱하게 충돌했다. 딸의 입시부정 의혹에 대해선 “젊은 시절부터 진보와 개혁을 꿈꾸었지만 아이와 주변 문제에서 불철저했다”고 자성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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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죽에 속지 말아야 한다. 현재의 조국이 지금 서울대에 하는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조국은 예나 지금이나, 원래 그런 사람인 것이다. 조국의 딸과 아내, 동생, 5촌 조카 문제가 그의 죄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이 주는 교수 월급을 일하지도 않고 받아먹는 뻔뻔함은 상식을 초월한다. 조국의 아내가 딸의 표창장 위조로 처벌을 받는다 해도 그는 물러나지 않을 게 뻔하다. 연좌제 없는 우리나라에선 남편의 장관직 수행도 법적으론 문제없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 조국의 미션은 문재인 정부의 변혁 작업에 법적 문제가 없도록 만드는 일이라고 본다. 합법적으로 제도를 바꾸고 법을 집행함으로써 일당 지배를 굳히는 것이 요즘 신(新)독재의 특징이기도 하다.

조국은 울산대 강사 시절인 1992년 “법률관계투쟁은 지배체제가 내세우는 정당성의 모순성을 폭로하는 투쟁”이라며 “법 개폐를 쟁취함으로써 민중운동 진영에 유리한 합법고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기 전에 쓴 ‘새로운 한반도 질서와 법률투쟁의 쟁점’이라는 논문에서다.

촛불 ‘혁명’으로 운동진영이 집권세력에 등극한 지금, 문 대통령이 조국을 기어이 법무부 장관에 앉히려는 것도 단순한 검찰개혁, 사법개혁을 위해서가 아니라고 본다. 무엇보다 법무부 장관이 무슨 수를 쓰든 내년 총선 승리를 확보해줘야 혹여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논의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선거제 개편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몸싸움을 벌이다 수사 대상이 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무려 59명이다. 법무부 장관이 국회 회의방해죄를 엄격히 적용하게끔 검찰을 다잡으면, 당선 후에라도 의원직을 박탈해 합법적으로 한국당을 초토화할 수 있다. 선거사범의 자의적 처벌로 정치 지형을 바꿀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정의당 의원까지 의석수의 3분의 2를 넘기면 대통령발(發) 개헌도 가능하다.

헝가리의 신독재자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2010년 총선 승리 1년 뒤 눈 깜짝할 새 개헌으로 입법·사법부까지 장악해 일당 지배를 굳혔다. 법무부 장관의 감독을 받는 행정법원을 설치해 사실상 총리가 정부 관련 재판은 물론 선거와 미디어까지 합법적으로 주무를 수 있게 만들어 버렸다.

조국이 작업했던 대통령 개헌안에는 ‘전문재판부’를 둘 수 있게 돼 있다. 국회의원 소환제가 있어 시민단체든 ‘문빠’든 마음만 먹으면 의원도 끌어내릴 수 있다. 영토 조항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는 아직 살아 있지만 개헌선 확보 뒤엔 알 수 없다. 조국은 ‘법률투쟁’ 논문에서 영토 조항 폐지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 재규정을 강조했다.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란 자본주의 체제의 상부구조를 의미하고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배제한다는 이유에서다.

무장혁명으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자는 사노맹 전력에 대해 조국은 ‘독재정권에 맞서고 경제민주화를 추구했던 활동’이라고 미화했다. “자랑스러워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고도 했다. 6일 인사청문회가 열린다면 그의 인식이 과연 달라졌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의 혜택을 있는 대로 누리면서 ‘부르주아 민주주의’라며 거부한 위선자의 진실을 알아야겠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