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軍事·武器.安保

美中日러 거세지는 힘 대결..한반도 '퍼펙트스톰'에 속수무책

바람아님 2019. 9. 23. 08:39

매일경제 2019.09.22. 17:09


초강대국 항모·핵잠·스텔스기
한반도 하늘과 바다 호시탐탐
韓, 경제·군사 10위권 강국불구
동북아선 '영원한 약자' 신세
中 해군 작전수역 서해로 동진
日 아베 '군사대국의 길' 착착
"韓美동맹으로 中러 팽창 견제"

◆ 지정학의 함정에 빠진 한반도 ◆

한반도의 하늘과 바다가 주변 강대국들의 '힘겨루기' 무대로 전락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 190여 개국 중 경제력과 군사력이 10위권 수준으로 결코 가볍지 않지만 지정학적 입지는 약소국에 다름 아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초강대국들의 각축이 맞닿는 절묘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일·러에 비하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상대적 파워가 약하다. 단적인 예로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했지만 이 사실을 인정하지도 유감 표시도 하지 않고 있다. 강대국의 전형적인 힘의 논리에 한국 주권이 무시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동서 대결의 경계선이 영토를 가로지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으로 대비되는 양 진영의 경계가 한반도였다. 1990년대 이후 미국 위상이 세계를 압도하면서 잠시 지정학적 안정을 되찾는 듯했지만 중국이 부상하면서 다시 지정학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보통국가론'이 한반도 양옆에서 군사력 강화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라는 국가 대전략 속에서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 등을 거론하고 있다. 러시아도 세력 확대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외교통상부 차관을 지냈던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남북 분단에 겹쳐 중국·일본·러시아 어느 나라도 한국에 완벽하게 호의적이지 않다"면서 "한반도는 지정학적 퍼펙트 스톰에 뒤덮여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반도 인근 해역과 공중이 이미 강대국 항공모함, 스텔스기, 이지스구축함, 핵추진잠수함 등으로 가득 찼다. 서해에서는 중국이 군사활동을 늘려가며 한반도 쪽으로 세력 확대에 골몰하고 있다. 1962년 북·중이 정한 해상경계선은 동경 124도선이다. 백령도 서쪽 55㎞를 지나는 선이다. 그러나 중국은 3~4년 전부터 동진하기 시작했다.


정안호 예비역 해군 소장은 "2016년 이후 중국 해군의 활동이 동경 124도선을 넘어서기 시작했다"며 "흑산도 인근 영해 외곽까지도 중국 호위함 정도의 꽤 큰 함정이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최근 백령도 인근부터 이어도까지 설치한 부표도 10개에 달한다. 한국 잠수함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부표들이다. 군 소식통은 "시진핑 주석이 동쪽으로 활동 범위를 넓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안다"면서 "우리의 방공식별구역과 해군의 작전 범위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서해 해저지형 탐사는 자국 잠수함이 서해에서 작전을 하기 위한 해저지도 작성용으로 보인다. 중국 지도부의 내부 결정에 따라 중국 해군은 서해를 중국 안마당, 즉 내해(內海)로 만드는 군사활동에 착수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서해를 내해화하기에 앞서 한중이 잠정조치수역으로 정해두고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획정해야 하는 수역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일본은 아베 총리가 집착하고 있는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의 개헌'을 통해 동북아시아 군사대국의 꿈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초계기의 한국 해군 구축함 근접 비행도 일본 내부적으로 한국 위협론을 퍼뜨리기 위한 계기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을 외부의 적으로 부각해 일본 자위대 강화의 근거로 활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제징용 판결을 핑계 삼아 한국에 무역보복 조치를 시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은 군사력 증강도 첨단 무기와 공세적 전력을 중심으로 진전시키고 있다. 단거리 이착륙이 가능한 스텔스 전투기 F-35B를 탑재할 수 있는 경항공모함(이즈모급·약 2만5000t)을 2020년대 중반까지 4척 도입할 예정이다.

미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오랜 동맹으로서 한국을 적대시할 가능성은 없지만 작전 우선순위가 한국 보호보다는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음이 감지된다. 용산에서 옮겨간 주한미군이 자리 잡은 곳은 평택이다.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가 주력 기지다. 군 소식통은 "평택 미군기지는 중국의 목 바로 아래 미국이 칼을 들이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지정학적 도전을 극복하려면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그래야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레버리지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두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