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0.12. 03:02
[아무튼, 주말- 오종찬 기자의 Oh!컷]
오종찬 기자
비밀의 숲이 열렸다. 1년에 10월 딱 한 달만 개방되는 강원도 홍천의 은행나무숲. 이때는 누구나 들어가서 무료로 금빛 세상을 즐길 수 있다. 이제는 유명해져서 내비게이션에도 '홍천 은행나무숲'으로 찾을 수 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에서 인제IC를 통해 국도로 접어들면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나 있는 편도 1차로 도로가 이어진다. 국도를 따라 홍천군 내면 광원리까지 한 시간.
암 투병 중인 아내를 위해 어느 로맨틱 가이가 이 은행나무숲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사실이냐고 주인에게 묻자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34년 전 소화불량에 고생하던 아내를 위해 몸에 좋다는 약수터를 찾아 서울에서 홍천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이곳이 마음에 들어 계곡 옆에 있는 널찍한 땅을 사서 은행나무 묘목 2000그루를 심었다. 어릴 때 커다란 은행나무 위에서 뛰어놀던 향수 때문이라고 한다. 정성껏 돌봐온 작은 묘목들이 자라서 울창한 은행나무숲이 만들어졌다.
비스듬히 들어오는 햇살에 은행잎이 유독 노랗게 빛나는 늦은 오후. 카메라로 '인생샷'을 담는 사람들 얼굴에 낭만에 젖은 미소가 가득하다. 로맨틱 가이가 선물한 가을이다.
오종찬 기자
'生活文化 > 생활속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시스 앵글]장성 노란꽃잔치 끝났지만 오색정원은 절정 (0) | 2019.10.16 |
---|---|
[포토친구] 백일홍 꽃이 있는 풍경 (0) | 2019.10.15 |
[포토친구] 미술과 함께한 강정보 디아크 광장/[포토친구] 빛이 아름다운 가을 아침 (0) | 2019.10.13 |
[포토친구] 빛의 벙커 : 클림트 (0) | 2019.10.12 |
[포토친구] 지금 여기는.. (0) | 2019.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