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9.10.29. 04:43
[전작권 전환 후 ‘연합사 개입 명문화’ 주장]
연합사 ‘위기관리 각서’ 개정 논의서 ‘한반도 유사시’ 문구에 美 추가 제안
정부, 호르무즈 해협ㆍ남중국해 등 분쟁지역에 한국군 파병 길 열려 난색 표명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한국에 넘겨준 뒤 미측 위기 상황에도 한미연합사령부가 개입할 수 있도록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반도 및 주변 위기 상황에만 한미연합사가 개입하도록 한 종전과 달리, 전작권 전환 후에는 미국이 위기라고 판단하는 중동 등 해외 분쟁지역에까지 우리 군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 우리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최근 군사ㆍ안보 동맹 관계에서도 경제적 득실을 따지며 동맹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돼 한미동맹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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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정부 고위 소식통 등에 따르면 한미 군당국은 한미연합사의 연합방위 및 위기관리체제를 세밀하게 규정한 ‘한미 동맹위기관리 각서’를 전작권 전환에 맞춰 개정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쉽게 말해 한미 동맹위기관리 각서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같은 국지전 등 위기 상황에서 한미연합사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다룬 문서다. 그런데 최근 미측은 협의 과정에서 위기 상황을 규정한 ‘한반도 유사시’란 문구에 미국을 추가해 ‘한반도 및 미국의 유사시’로 변경하자고 제안했다.
미측 요구대로 각서에 ‘미국 유사시’ 문구가 포함되는 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해당 문구가 포함되면 호르무즈 해협이나 시리아 등 중동 문제나 남중국해 문제 등 한국과 직접 연관이 없는 해외 분쟁 지역에도 미측이 안보 위협을 받는다고 판단하면 한국군을 파병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반도를 포함한 태평양 지역의 위기 상황에 미국이 주로 한국을 돕는다는 개념으로 작성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훨씬 뛰어넘는 개념인 셈이다.
한국 측은 즉각 미측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으로 맞대응 했다. 하지만 아직 협의 초기 단계라 이후 미측이 계속해서 ‘미국 유사시’ 문구를 추가하자고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쿠르드족-터키 분쟁과 관련해 “이제 다른 나라들(동맹국)이 나서서 공정한 몫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종전까지 미국이 주로 제공하던 ‘비대칭적 동맹’ 관계에서 동맹국이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 ‘호혜적 동맹’으로 외교 기조를 바꾸는 중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5일 전작권 전환 협의 과정에서 역할을 맡고 있는 군 고위 관계자들을 소집해 향후 협의 과정에서 대응책을 모색하는 비밀 대책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갑론을박 끝에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이 동맹의 비대칭성을 줄이고 호혜적으로 상호성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미국의 동맹 상호성 강화 명분 자체가 한국으로선 쉽게 거스를 수 없어 정밀한 대응 논리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mailto:oneshot@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mailto: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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