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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쿠'통… 모든 길은 트럼프 사위 쿠슈너에게로

바람아님 2019. 12. 6. 11:53

(조선일보 2019.12.06 정시행 기자)


국정 거의 모든 분야 막강 영향, 중동 협상·국경 장벽에도 관여
이번엔 미·중 무역협상 해결사로… '만물 장관·최종 병기' 별명


재러드 쿠슈너/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38·사진) 백악관 선임고문이

거의 모든 국정 분야에 개입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다.

이번에는 세계 경제의 향방을 좌우하는 미·중 무역 협상의 '막판 해결사'로 등장했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 시각) 최근 2주간 쿠슈너 고문이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 대사와

만나 막판 조율에 나서면서 극적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바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합의하는 데 정해진 시한이 없다"고 해 증시가

급락했는데, 쿠슈너 등장 소식에 타결 기대감이 높아지며 진정되는 모양새다.


미·중 무역 협상은 1년 넘게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이끌어왔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쿠슈너가 실제 무역 협상에서 막판 조율을 한다기보다는

이미 실무선에서 상당 부분 정리가 됐을 때 최종 승인을 위해 나서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도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 협정(USMCA) 타결 직전 쿠슈너가 등장한 전례가 있다.


'쿠슈너-추이톈카이' 채널은 트럼프 정부 들어 미·중 외교에서 일종의 보증수표처럼 통해왔다.

트럼프 취임 초인 2017년 대만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을 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로

초청해 첫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이 이들이다. 지난해 미·중 무역 전쟁이 한창일 때도 쿠슈너의 아내인

이방카 트럼프(38)의 아기 담요 등 상표권 16건이 중국에서 승인돼 특혜 의혹이 일기도 했다.

추이톈카이 뒤에선 안방그룹 등 쿠슈너 집안 사업에 투자한 중국 큰손들이 움직인다는 이야기도 있다.

중국 문제뿐만 아니다. 쿠슈너는 중동과 남미 등 각국 외교·통상 분야에서 정상급 카운터파트로 뛰어왔다.

북한도 쿠슈너에게 줄을 댄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차 미·북 정상회담 전, 북한이 싱가포르에서 대북 사업 등을

하는 미국인 사업가를 통해 쿠슈너에게 정상회담을 은밀히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원칙에 충실한 정통 관료들이 포진한 국무부를 건너뛰고 '미국 대통령에 확실한 줄을 대줄 비선(�線)'을

수십 년 노크해왔는데, 그게 쿠슈너와 트럼프에게 통했다는 것이다.


하버드대를 기여 입학으로 들어간 쿠슈너는 유대계 부동산 개발 업자인 아버지 밑에서 일하며 뉴욕 옵서버 발행인을

잠시 맡았고, 장인의 대선 캠프 일을 도운 것이 경력의 전부다.

외교엔 문외한이면서 미국 대통령 사위라는 이유만으로 외교 전면에 나선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그가 정말로 외교 난제를 풀었는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쿠슈너가 2년간 준비해 지난 6월 야심 차게 발표한

'중동 평화 구상'은 이스라엘 편만 들었다는 이유로 팔레스타인과 아랍 국가들이 반발해 표류했다.

반면 쿠슈너의 비선 외교를 지적했던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나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전 비서실장은 모두 경질됐다.


쿠슈너는 갈수록 국내의 민감한 정책은 물론 각종 인사, 트럼프의 2020년 재선 운동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는 최대 공약이었지만 지난 3년간 지지부진한 국경 장벽 건설에도 쿠슈너를 '최종 병기'처럼 투입했다.

탄핵 대응을 조율하는 것도, 캠프 운용과 전략을 매주 보고받고 결정하는 것도 쿠슈너라고 한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쿠슈너가 손대지 않는 분야가 없어 백악관 내에선 '순회 비서실장'으로,

정부에선 '그림자 국무장관'이나 '만물 장관(Secretary of Everything)' '트럼프의 팔방미인(Jack of the all Trades)'으로,

캠프에선 '사실상 선대위원장' 등으로 부른다고 한다. 그야말로 모든 일이 쿠슈너를 통하면 되는 '만사쿠통'인 셈이다.

쿠슈너는 WP 인터뷰에서 '실세설'을 부인하면서도 "남들은 그렇지 않던데, 내가 결정을 내리는 데 두려움이 없는 건

맞는다"고 말했다.


백악관 고문직을 무급으로 수행 중인 쿠슈너는 자신의 가업에 외국이나 기업의 투자를 받는 식으로 연 수천억원대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USA투데이는 쿠슈너에게 권력이 몰리는 것은 트럼프가 믿는 사람이 극도로 적고

국정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국정을 가족 기업처럼 사유화·현금화해 운영하면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