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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557] 지구의 열규(熱叫)

바람아님 2020. 1. 22. 09:36
조선일보 2020.01.21. 03:12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미국해양대기청(NOAA)의 관측에 따르면 2019년은 지난 140년 중 2016년에 이어 둘째로 더운 해였다. 2019년 평균기온은 20세기 100년 평균기온보다 섭씨 0.95도 높았다. 더욱 괄목할 만한 점은 가장 더웠던 다섯 해가 죄다 2014~2019년에 몰려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지금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2010년대를 거쳐 2020년대로 들어서고 있다.


2010년 뉴욕에 폭설이 내린 어느 날 "지구온난화라더니 겨울이 왜 이리 추운 거냐? 앨 고어의 노벨 평화상을 박탈하라"며 독설을 퍼붓던 부동산 재벌 트럼프를 기억한다. 시장 추세를 읽어야 하는 기업인이 지구온난화가 통계적 현상임을 이해하지 못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추세란 본디 들쭉날쭉 크고 작은 변이를 동반하는 법이건만. 그런 사람이 어쩌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나라 대통령이 되어 대놓고 기후 위기를 부정하고 있는 걸까?


1988년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은 이례적으로 '올해의 인물(The Person of the Year)' 대신 '올해의 행성(The Planet of the Year)'을 뽑았다. 당연히 지구가 뽑혔다. 2019년에는 말만 앞세우고 행동하지 않는 어른들의 위선을 통렬하게 꾸짖은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다. "당신들은 자녀를 가장 사랑한다 말하지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음으로써 자녀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툰베리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린다. 툰베리에게 '분노 조절 프로그램'에 등록하라는 트윗을 날린 트럼프와 더불어 푸틴도 "누구도 툰베리에게 세상이 얼마나 복잡한지 말해주지 않은 듯싶다"며 비아냥거린다. 퍼포먼스는 다소 무리한 부분이 있지만 발언만큼은 과학적으로 빈틈을 찾기 어렵다. 툰베리의 절규뿐 아니라 지구의 열규에 귀 기울여야 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