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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 파고다]7-②"여성 가난과 노인 성욕의 일그러진 결합"

바람아님 2014. 2. 15. 11:27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주상돈 기자] "여성의 빈곤과 남성의 욕망이 만나 빚어진 일그러진 현상이다."

이호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사회복지상담학과)는 파고다 일대의 박카스 아줌마 현상을 노인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만들어진 음성적인 성문화로 정의했다.

학력이 낮고 건강하지 못한 탓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여성들이 호구지책으로 삼은 것이 '성매매'이며 나이와 상관없는 남성들의 삐딱한 성욕이 어우러지면서 빚어진 현상이 바로 이들의 출현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노년기에 접어든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성매매 전선에 뛰어드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2002년부터 박카스 아줌마를 연구한 이 교수는 "평생 전업주부로 살다가 뒤늦게 성매매 현장에 나온 분들도 적지 않다. 이런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오로지 가난한 탓"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만약 지금처럼 박카스 아줌마 현상을 그저 종로3가만의 지엽적인 문제로 치부한다면 성병 등 보건의료학적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노인의 경우 노화가 함께 진행돼 성병인지 노화인지 구분을 못하기 때문에 성병을 옮은 남성이 가정으로 돌아가 전염시킬 우려도 높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남성 노인을 그저 '노인'으로만 보는 시각도 문제"라며 "남성의 발기부전 확률은 70대까지도 35% 밖에 되지 않으며, 80대가 되어서야 75%가 발기부전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80대 할아버지도 젊은 남성과 똑같이 성욕을 느끼고 성생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 교수는 "이런 남성의 욕망을 건강하게 배출할 창구가 필요하며 부부 성교육, 레크리에이션, 교육 활동의 장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호선 교수는 박카스 아줌마의 실상을 파헤치기 위해 2008년 80여명의 박카스 아줌마들을 인터뷰했다. "너 굶어본 적 있느냐, 폐지 주워 본 적 있느냐." 인터뷰차 만난 여성들은 왜 성매매를 하느냐는 질문에 냉소했다고 한다. 실상은 경험해 보지도 않고 책상에서만 연구한다는 생각에 아차 싶었단다. 그 길로 며칠 동안 60대 여성을 따라 함께 폐지를 주워 손에 쥔 돈이 달랑 5200원. 그렇게 해서 얼굴을 튼 박카스 아줌마 10여명을 심층 인터뷰해서 두 차례에 걸쳐 논문을 발표했다. 올해 안에 3차 논문이 나올 예정이다.

1990년대 중반 인천의 집창촌에서 젊은 성매매 여성들을 인터뷰했던 이 교수는 이들과 박카스 아줌마의 차이점을 이렇게 말한다. "젊은 여성에게는 그런대로 희망이 있다. 박카스 아줌마들은 내일은 뭘 하겠다는 희망이 없다. 그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박카스 아줌마를 성매매 여성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보호하고 끄집어내야 할 존재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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