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3. 12. 30. 03:02
[아무튼, 주말]
연말 서점가 휩쓰는 쇼펜하우어 열풍
“현명한 사람은 적절한 거리를 두고 불을 쬐지만, 어리석은 자는 불에 손을 집어넣어 화상을 입고는 고독이라는 차가운 곳으로 도망쳐 불이 타고 있다고 탄식한다.”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사회를 ‘불’에 비유했다. 인간관계에서 꼭 필요한 것은 ‘정중함과 예의’라고도 했다. 그는 ‘고독’을 찬양하고 ‘허영심’을 경계했다.
괴팍하고 냉소적이던 200년 전 독일 철학자에게 2023년 대한민국이 푹 빠졌다. 현재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는 강용수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8위는 쇼펜하우어의 책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19위도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다...... 왜 지금 한국인은 쇼펜하우어에 빠져든 것일까.
쇼펜하우어는 부유한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그가 열일곱 살 때 아버지가 투신 자살을 했다. 어머니는 스무 살 많던 남편이 사라지자 막대한 재산을 무기로 사교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충격과 어머니에 대한 실망감. 사춘기의 쇼펜하우어는 ‘사교’를 증오하고 ‘고독’을 찬양했다. 그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사교의 욕망이 생기는 것은 자신이 불행하다는 방증”이라며 “타인을 통해 얻는 가치는 행복의 본질이 아니다”고 했다.
쇼펜하우어가 재조명되는 첫 번째 이유, 이런 그의 말이 ‘풍요 속의 빈곤, 군중 속의 고독’을 겪는 MZ세대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분석이다. 요즘 세대는 소셜미디어로 수천, 수만 명과 연결돼 있지만, 너무 외롭다. 동호회와 모임으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만날 수 있지만, 거꾸로 쓸쓸하다.
평소 쇼펜하우어는 “태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다. 만약 태어났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차선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염세적이었다. 그러나 1831년 독일 베를린에 콜레라가 만연하자 살기 위해 베를린을 탈출한다......그는 관심 없는 척했지만 누구보다도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이었다. 성공에 대한 욕심도 많았다.
쇼펜하우어의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45세 때.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재구성한 수필집 ‘소품과 부록’이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다......그는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라고 하면서도 “삶의 지혜는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에서 쇼펜하우어의 인기가 많다는 건 ‘진짜 행복’을 찾으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다.
https://v.daum.net/v/20231230030219698
대한민국은 왜 200년 전 꼰대 독일 철학자에 빠졌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베스트셀러
저자 강용수
출판 유노북스 | 2023.9.7.
페이지수 0 | 사이즈 140*210mm
판매가 서적 15,300원 e북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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