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백영옥의 말과 글] [345] 지금 여기에 머무르기

바람아님 2024. 3. 16. 04:23

조선일보 2024. 3. 16. 03:02

오래전 노트를 보며, 서른 몇 살의 나는 가지고 싶고 해보고 싶은 게 참 많았구나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정작 의아한 건 리스트 대부분을 이뤘는데도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나 자신이었다. 가지고 싶던 건조기, 식기세척기를 사도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뭘까. 효율성을 강조할수록 청결 기준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득 지나간 버킷 리스트에 추가되고 수정된 내 열망의 목록을 보며 내가 길이 아닌 러닝머신 위에 서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그곳에서 넘어지지 않는 유일한 법이 쉼 없이 달리는 것뿐일까. 머신에서 내려온다면, 전원을 끈다면 어떨까.명상은 전원을 끄고 내려오게 하는 유용한 방법이다. 명상의 핵심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오직 현재에 머무는 것이다. 

명상을 하면 오히려 잡념이 더 밀려온다고 생각하는 건 햇살이 비칠 때 먼지가 훨씬 더 잘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남보다 못 가질까, 못 먹을까 두려워하는 잡념이 진짜 나를 가리는 먼지다. 그 먼지를 지워야 비로소 타인과 비교하는 데 젖은 내가 아닌, 진짜 나, 내가 진짜 바라는 게 보인다.


https://v.daum.net/v/20240316030229236
[백영옥의 말과 글] [345] 지금 여기에 머무르기

 

[백영옥의 말과 글] [345] 지금 여기에 머무르기

오래전 노트를 보며, 서른 몇 살의 나는 가지고 싶고 해보고 싶은 게 참 많았구나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정작 의아한 건 리스트 대부분을 이뤘는데도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나 자신이었다.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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