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고정애의 시시각각] '배신' 너머

바람아님 2024. 4. 24. 01:09

중앙일보  2024. 4. 24. 00:36

대통령과 2인자 갈등 반복돼와
이번에도 윤석열-한동훈 갈등
'배신' 규정 부당…그래도 풀어야

‘배신’. 요새 여권을 내적 불안에 빠뜨리는 단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지목해 사용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란 이가 동조했다.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갈등한 걸 두고서다. 한 전 위원장은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 간 오찬이 성사되지 않은 걸 보면 실체가 없는 것도 아니다.

원래 대통령과 2인자의 관계는 늘 미묘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자의 반 타의 반’이란 말을 남긴 JP(김종필), YS(김영삼)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관계가 널리 알려졌으나 다른 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JP로부터 “1인자와 걸을 땐 그림자도 밟지 않도록 물러나라”는 조언을 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 정도가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철저히 고개를 숙여 무사했다. 반면에 MB는 임기 중반 내키지 않음에도 박근혜 당시 의원이 차기 주자란 현실을 받아들였고, 자신의 손으로부터 권력이 빠져나가는 걸 참아냈다.

이를 공개적으로 ‘배신’으로 규정한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2015년 6월 국무회의장에서 “당선된 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 달라”고 했다. 당시 원내사령탑인 유승민 전 의원을 가리킨 말이었다. 유 전 의원은 지금도 ‘배신의 정치’란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배신’은 과도한 규정이다. 새로운 시대는 현 시대의 반복일 순 없다. 새 인물은 현 인물의 되풀이일 순 없다. 어느 정도 현실을, 현 인물을 부정하지 않고선 발전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갈등은 필연일 수 있다. 어찌 관리하느냐는 선택일 수 있다....대통령 진영도, 한 전 위원장 진영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은 역대 2인자들의 고민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백하자면 정권 출범 때, 한 정치컨설턴트와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이 종국엔 갈라설 텐데, 언제가 될지' 얘기한 적이 있다. “둘의 특수관계를 생각하면 그래도 오래가지 않을까” 했다. 단견이었다.


https://v.daum.net/v/20240424003633296
[고정애의 시시각각] '배신' 너머

 

[고정애의 시시각각] '배신' 너머

‘배신’. 요새 여권을 내적 불안에 빠뜨리는 단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지목해 사용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란 이가 동조했다.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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