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이래 이렇게 극진한 대접을 받는 동물이 없습니다. 중국의 마스코트 판다 얘기입니다. 중국은 판다를 말 그대로 국보로 모십니다.
얼마전 허난성 정저우 동물원에서 판다 한 마리가가 폐사하자 중국 전체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판다의 돌연사 이유가 관리 부실 아니냐며 부검을 하고, 사육사에 대해 수사 수준의 조사를 벌이고, 동물원에 대한 특별 감사에까지 나섰습니다. 다행히(?) 특별한 이유 없이 병사한 것으로 밝혀져 더이상 문제가 확대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판다 한 마리의 목숨이 사람의 그것보다 몇 곱절 무겁게 다뤄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판다가 얼마나 귀하신 몸인지를 보여주는 사건이 최근 또 일어났습니다. 주인공은 윈난성 쿤밍시 야생동물원에 거주하는 암컷 판다 '쓰자'입니다. '쓰자'는 6년전 아직 어린 판다일 때 현재의 동물원으로 옮겨 왔습니다. 원촨 대지진 때 쓰촨 청두시의 판다 사육기지가 크게 훼손되자 다른 두 어린 판다와 함께 이곳으로 위탁된 것입니다. 갑자기 고향을 떠나 환경이 바뀌었지만 '쓰자'는 두 친구 '메이시', '첸첸'과 잘 어울리며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세 마리 어린 판다는 사이가 무척 좋았습니다. 어렸을 때 '첸첸'은 음식 투정이 심했습니다. 좋아하는 중국식 옥수수빵만 먹으려 하고 다른 음식 은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첸첸'은 자기 분량의 옥수수빵을 먹은 뒤 항상 친구 '메이시'에게 슬금슬금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메이시'의 옥수수빵을 잽싸게 낚아채 자신이 먹었습니다. 그래도 '메이시'는 한 번도 '첸첸'과 빵을 놓고 다투지 않았습니다. '메이시'는 무엇이든지 잘 먹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판다로서는 보기 드물게 야채도 잘 먹었습니다. '쓰자'는 일반적인 판다와 마찬가지로 대나무 잎을 즐겼습니다. 물론 옥수수빵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셋 중에 가장 통통했습니다.
셋은 사육사들이 사육동에서 먹이를 준비하면 "낑낑" 거리면서 몰려왔습니다. 그리고 세 마리가 피라미드를 쌓아 창문에 매달린 뒤 요리 과정을 들여다보기를 즐겼습니다. 사이좋게 돌아가면서 기어올라왔습니다.
그런데 가장 나이가 많던 '첸첸'이 먼저 쓰촨 청두로 돌아갔습니다. 시집을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어서 지난달 31일 성격 좋던 '메이시'마저 역시 고향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그렇게 사이좋던 친구를 졸지에 잃고 독수공방을 하게 된 '쓰자'는 그만 심한 외로움에 사로 잡혔습니다.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육사가 먹이를 가져와도 본체만체 하며 먹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렇게 좋아하던 옥수수빵마저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순식간에 무려 8킬로그램이나 살이 빠졌습니다.
동물원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먹지도, 놀지도 않고 먼 산만 쳐다보는 '쓰자'를 어떻게 예전의 명랑한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을지 연일 회의가 열렸습니다. 갖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졌습니다. 놀이장 안에 거울을 설치해 자신이 혼자라고 느끼지 않도록 해주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울타리에도 팬더들을 그려 외로움을 줄여주자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한 시민은 팬더가 놀만한 운동 설비를 늘려주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런 의견들은 속속 실행에 옮겨졌습니다. 특히 그네와 평행봉이 설치됐습니다. 그네는 효과 만점이었습니다. 꼼짝도 않던 '쓰자'가 그네를 보자 어슬렁어슬렁 다가가 올라타고 놀았습니다. 그네 위에 매달아놓은 당근을 따서 먹기도 했습니다. 흔들리는 서슬에 그만 굴러떨어지기도 했지만 금새 다시 기어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외로움이 가시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여전히 먹는 것이 부실했습니다. 그러자 한 사육사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TV를 마련해 옛 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주자. 40인치대 평판 TV를 바로 설치하고 예전 '메이시', '첸첸'과 함께 놀던 모습을 촬영한 영상물을 틀어줬습니다. 대성공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쓰자'는 TV를 보면서 대나무잎을 다시 먹기 시작했습니다.
TV 시청 시간이 조금 긴 것이 문제지만 차차 좋아질 것이라고 사육사들은 기대합니다.
판다를 보호하고 번식시키기 위한 중국 당국의 노력은 큰 효과를 봤습니다. 처음에 수십 마리로 시작했던 쓰촨 청두의 판다 사육기지는 이제 전국 각지에 세워지면서 수용 개체수가 300 마리를 넘었습니다. 도무지 번식에 관심이 없는 판다들을 위해 '판다판 포르노'를 보여주고, 새끼가 태어나면 전문 요원들이 인큐베이터에 넣고 집중 관리를 하고, 신선한 대나무를 매일 같이 공급하는 등 눈물 겨운 노력을 기울인 결과입니다.
하지만 동물 전문가들은 우려를 제기합니다. 인공적인 사육으로 개체수를 늘리는데는 성공했지만 자연 상태의 판다는 여전히 줄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지만 야생 판다는 이제 천6백에서 3천 마리 정도만 남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판다들의 거의 유일한 먹이인 대나무의 분포 면적이 각종 개발로 자꾸 줄어들어서입니다.
이대로 가다가 판다는 인간의 손길 없이는 살 수 없는 동물이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6천만년 동안 이어온 생활 습성을 습득한 야생의 판다는 사라지고 동물원에서 TV 앞에 늘어져서 인간이 따준 대나무잎을 먹는 판다들만 보게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얼마전 허난성 정저우 동물원에서 판다 한 마리가가 폐사하자 중국 전체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판다의 돌연사 이유가 관리 부실 아니냐며 부검을 하고, 사육사에 대해 수사 수준의 조사를 벌이고, 동물원에 대한 특별 감사에까지 나섰습니다. 다행히(?) 특별한 이유 없이 병사한 것으로 밝혀져 더이상 문제가 확대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판다 한 마리의 목숨이 사람의 그것보다 몇 곱절 무겁게 다뤄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세 마리 어린 판다는 사이가 무척 좋았습니다. 어렸을 때 '첸첸'은 음식 투정이 심했습니다. 좋아하는 중국식 옥수수빵만 먹으려 하고 다른 음식 은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첸첸'은 자기 분량의 옥수수빵을 먹은 뒤 항상 친구 '메이시'에게 슬금슬금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메이시'의 옥수수빵을 잽싸게 낚아채 자신이 먹었습니다. 그래도 '메이시'는 한 번도 '첸첸'과 빵을 놓고 다투지 않았습니다. '메이시'는 무엇이든지 잘 먹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판다로서는 보기 드물게 야채도 잘 먹었습니다. '쓰자'는 일반적인 판다와 마찬가지로 대나무 잎을 즐겼습니다. 물론 옥수수빵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셋 중에 가장 통통했습니다.
셋은 사육사들이 사육동에서 먹이를 준비하면 "낑낑" 거리면서 몰려왔습니다. 그리고 세 마리가 피라미드를 쌓아 창문에 매달린 뒤 요리 과정을 들여다보기를 즐겼습니다. 사이좋게 돌아가면서 기어올라왔습니다.
그런데 가장 나이가 많던 '첸첸'이 먼저 쓰촨 청두로 돌아갔습니다. 시집을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어서 지난달 31일 성격 좋던 '메이시'마저 역시 고향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그렇게 사이좋던 친구를 졸지에 잃고 독수공방을 하게 된 '쓰자'는 그만 심한 외로움에 사로 잡혔습니다.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육사가 먹이를 가져와도 본체만체 하며 먹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렇게 좋아하던 옥수수빵마저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순식간에 무려 8킬로그램이나 살이 빠졌습니다.
동물원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먹지도, 놀지도 않고 먼 산만 쳐다보는 '쓰자'를 어떻게 예전의 명랑한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을지 연일 회의가 열렸습니다. 갖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졌습니다. 놀이장 안에 거울을 설치해 자신이 혼자라고 느끼지 않도록 해주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울타리에도 팬더들을 그려 외로움을 줄여주자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한 시민은 팬더가 놀만한 운동 설비를 늘려주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런 의견들은 속속 실행에 옮겨졌습니다. 특히 그네와 평행봉이 설치됐습니다. 그네는 효과 만점이었습니다. 꼼짝도 않던 '쓰자'가 그네를 보자 어슬렁어슬렁 다가가 올라타고 놀았습니다. 그네 위에 매달아놓은 당근을 따서 먹기도 했습니다. 흔들리는 서슬에 그만 굴러떨어지기도 했지만 금새 다시 기어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외로움이 가시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여전히 먹는 것이 부실했습니다. 그러자 한 사육사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TV를 마련해 옛 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주자. 40인치대 평판 TV를 바로 설치하고 예전 '메이시', '첸첸'과 함께 놀던 모습을 촬영한 영상물을 틀어줬습니다. 대성공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쓰자'는 TV를 보면서 대나무잎을 다시 먹기 시작했습니다.
TV 시청 시간이 조금 긴 것이 문제지만 차차 좋아질 것이라고 사육사들은 기대합니다.
판다를 보호하고 번식시키기 위한 중국 당국의 노력은 큰 효과를 봤습니다. 처음에 수십 마리로 시작했던 쓰촨 청두의 판다 사육기지는 이제 전국 각지에 세워지면서 수용 개체수가 300 마리를 넘었습니다. 도무지 번식에 관심이 없는 판다들을 위해 '판다판 포르노'를 보여주고, 새끼가 태어나면 전문 요원들이 인큐베이터에 넣고 집중 관리를 하고, 신선한 대나무를 매일 같이 공급하는 등 눈물 겨운 노력을 기울인 결과입니다.
하지만 동물 전문가들은 우려를 제기합니다. 인공적인 사육으로 개체수를 늘리는데는 성공했지만 자연 상태의 판다는 여전히 줄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지만 야생 판다는 이제 천6백에서 3천 마리 정도만 남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판다들의 거의 유일한 먹이인 대나무의 분포 면적이 각종 개발로 자꾸 줄어들어서입니다.
이대로 가다가 판다는 인간의 손길 없이는 살 수 없는 동물이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6천만년 동안 이어온 생활 습성을 습득한 야생의 판다는 사라지고 동물원에서 TV 앞에 늘어져서 인간이 따준 대나무잎을 먹는 판다들만 보게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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