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24. 9. 1. 23:21
같은 유리창에 계속 부딪히다 죽는 참새처럼
의료 개혁, ‘불굴의 원칙’만 강조해서는
혼란 수습 못 하고 의료계 동참도 못 끌어내
결국 의료 질만 떨어지면 개혁이 무슨 소용
꽉 막힌, 답이 안 보이는 난국(亂局)이다. 의료개혁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가,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민도 답답하다. “의대 증원 마무리됐다”고 쐐기를 박은 대통령은 “개혁의 본질인 지역·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정작 지역·필수 의료의 현장 주체가 돼야 할 의료계 반응은 싸늘하다.
의료개혁은 사실 정부로선 불리한 게임은 아니었다. 채 상병 문제나 명품백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는지는 모르나, 국민 지지는 꽤 높은 개혁 과제였다. 그런데 이젠 정부의 정책 역량 한계만 드러내는 형국이다. 왜 이리 꼬인 걸까.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일말의 해법은 없는 걸까.
모든 정책엔 제약 요소(constraint)가 있다. 그 제약 요소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건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다. 그런데 의료개혁의 방향은 무엇이고 제약 요소는 무엇인데, 이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의 전략과 로드맵 없이 거칠게 내지른 측면이 있음을 정부 쪽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마치 톱다운 방식으로 침대를 길게 짜놓고는 억지로 사람의 키를 늘여 맞추려 하는 식으로 비쳤다.
아무리 준비를 많이 했더라도 정책의 일관성만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때도 있다. 흔들림 없이 밀고 가야 하는 것도 있고 현실을 직시해서 유연하게 방향을 조정하는 게 옳을 때도 있는 법이다....이번 의료 파동은 어쩌면 하늘이 준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의료개혁 문제는 정치의 문제이고 리더십의 문제다. 이 대목에서 드라마 ‘더 크라운’의 처칠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처칠은 런던을 덮친 그레이트스모그에 대해 처음엔 “안개일 뿐”이라며 무시했다..... 조문한 병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거나 돌아가는 지혜를 보이면 어떨까. 국민을 위해 의료개혁을 추진했는데, 실제 해보니 상황이 매우 복잡하고 오히려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상황이 벌어졌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카르텔 운운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것도 좋겠다....권력자의 물러섬은 때로 ‘굴복’이 아니라 궁극의 가치와 이익을 위한 ‘큰 용기’일 수 있다.
https://v.daum.net/v/20240901232109015
[정용관 칼럼]권력자의 물러섬은 때로 ‘굴복’이 아닌 ‘큰 용기’다
‘응급실 파행’ 본격화… 야간 - 주말 폐쇄 확산
동아일보 2024. 9. 2. 03:01
건국대 충주병원 등 진료 축소
정부, 오늘부터 응급실 일일브리핑
1일 오후 3시. 충북 충주시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실은 불이 꺼지고 적막한 모습이었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환자와 보호자, 구급차가 드나들던 입구도 텅 비어 있었다. 유리문에 붙은 ‘365일 24시간 전문의 상주’ 문구 옆에는 ‘응급실 임시 폐쇄’라는 새 안내문구가 붙은 채였다. 이날 병원에서 만난 한 입원 환자는 “충주에 사는 지인이 최근 응급실 5곳을 돌다가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사망했다.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운영을 중단하는 대형병원 응급실이 늘고 있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1일부터 주말·공휴일 및 야간(오후 9시∼다음 날 오전 9시)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세종충남대병원도 1일부터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고 강원대병원은 2일부터 야간 성인 진료를 중단한다. 한편 경기 서남부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아주대병원은 최근 “9월부터 매주 수, 토요일 소아응급실 운영을 전면 중단하고 매주 수요일 응급실 전체 진료를 중단하겠다”는 공문을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보냈다. 현실화될 경우 수도권 첫 응급실 폐쇄(셧다운) 사례가 된다.
정부는 현재의 응급의료 공백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 추석 응급의료 대란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국민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매일 응급실 상황을 브리핑하겠다”고 밝혔다....한편 대한응급의학의사회와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정부는 문만 열고 있으면 정상이라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억지로 문을 열어도 현 상황에서 환자를 받을 수 있겠나. 부적절한 눈 가리기 식 응급실 위기 관리 대책은 현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https://v.daum.net/v/20240902030104326
‘응급실 파행’ 본격화… 야간 - 주말 폐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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