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9. 5. 00:15
최민희 임명 거부 나비효과… MBC 지도부 교체 뻐그러져
불쑥 내민 2000명, 200만원… 의료계 및 軍 혼란 불러
눈앞밖에 못 본 즉흥 결정이 敵 만들고 후유증 남겨
정치적 중립성이 필요한 국가기관의 지도부는 여당 몫, 야당 몫을 나누어 추천받는다. 방송통신위원회도 그중 하나다. 방통위 상임위원 5명 중 대통령이 2명을 지명하고, 나머지는 여당 몫 1명 야당 몫 2명을 국회가 추천한다. 정부 여당에 주도권, 야당에 견제권을 각각 부여하는 숫자 배분이다.
이런 취지에 따르면 작년 3월 야당이 방통위원 후보로 추천한 최민희씨를 대통령이 임명 보류한 것은 이례적이었다....하염없이 임명이 미뤄지자 작년 11월 최씨는 자진 사퇴했다. 대통령 지지층은 환호했다. 윤 대통령의 강공이 먹혀든 게 뿌듯했고 ‘미운 털’ 최씨가 잘려 나간 것이 통쾌했다.
민주당은 “눈에는 눈” 보복에 나섰다. 과반 의석을 앞세워 자신들의 야당 몫 2명은 물론, 여당 몫 1명까지 국회 추천을 무산시켰다....행정법원은 “2인 체제는 하자가 있다”면서 2인 체제가 의결한 방문진 새 이사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최씨는 4월 총선에서 당선돼 방통위를 관할하는 국회 과방위원장 자리를 꿰찼다. 그래서 상임위원이 못 된 분풀이를 톡톡히 했다.....대통령 입장에서 야당 몫 방통위원 임명을 잠시 퇴짜 놓는 쾌감을 맛본 대가로 MBC의 야당 나팔수 역할을 연장시키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2000명이라는 수치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두 궁금했다....정부는 설명하지 못했다....국민들은 “2000명은 대통령 머리에서 나온 수치”라고 믿게 됐다. 의정 갈등은 6개월째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당근도 채찍도 로드맵도 없다. 시간이 해결해 주길 기다릴 뿐.” 사태 초기 윤 정부 측 관계자에게 들은 말이다.
초급 장교와 부사관들의 이탈이 군(軍)의 큰 걱정거리다. 지난 한 해 동안 1만명 가깝게 군을 떠났다. 역대 최대 수치다.....윤 대통령 대선 공약인 “사병 월급 200만원”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초급 간부는 사병보다 복무 기간이 훨씬 긴데 월급마저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200만원’은 앞뒤 재보지 않고 불쑥 꺼내 든 수치였다. 그런데도 손본다는 얘기는 안 들린다. 누가 감히 대통령 공약에 토를 달겠는가.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어퍼컷 세리머니를 즐겨 했다....대통령이 서 있는 국정 현장은 상대를 향해 KO 펀치를 날리는 복싱 링이 아니다.....심지어 복싱에서도 큰 펀치부터 휘두르며 덤비는 건 초짜들이다....무작정 지르고 본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R&D 예산 대폭 삭감’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등이 어떤 뒤탈이 났는지 국민들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https://v.daum.net/v/20240905001516714
[김창균 칼럼] 일단 지르고 보는 '어퍼컷 국정'의 뒤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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