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백영옥의 말과 글] [374] 사이버 멍석말이

바람아님 2024. 10. 5. 01:05

조선일보  2024. 10. 4. 23:52

관심이 돈인 세상이다. 관심경제, 관종, 어그로 같은 단어 역시 일상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내 주위에는 조용히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방송이나 언론의 출연 요청을 거절하거나 정치권의 콜을 고사하는 식인데, 모두 지금의 일상이 소중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흥미로운 건 그들 모두에게서 등장한 ‘나락으로 떨어지기 싫다’는 말이었다. 나락은 불교에서 지옥을 뜻하는 여러 이름 중 하나로 산스크리트어인 ‘나라카(Naraka)’에서 왔다.

몇 년 전부터 캔슬 컬처(cancel culture)라는 말이 등장했다. 한국에선 주로 손절 문화를 뜻하고, 어떤 인물이나 집단의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차단하거나 구독을 취소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파급력이 큰 유명인의 발언과 행동에 책임을 요구하는 건 긍정적이다. 문제는 때로 그 기준이 다르고 너무 공격적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좌표가 찍힌 인물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유명세(有名稅)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가혹한 세금이다.

평범한 개인은 약하지만 군중은 강하다. 나쁜 일일수록 혼자하면 두렵지만 함께 하면 더 강력해진다. 팩트 체크를 우선시하는 기성 언론과 달리 사이버 멍석말이는 마녀사냥에 가까워 누군가를 불태워야 끝난다.

이때 환호와 미움은 샴쌍둥이처럼 붙어 있다. 어쩌면 신선한 환호와 미움의 대상을 사냥하는 것에 가깝다. 게다가 이런 군중 심리를 이용해 조회 수 이상의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엄청난 악플에도 끊이지 않는 연예인 부동산의 비포 애프터 기사가 대표적이다.....누군가의 추락을 바라보며 자신이 상승한다는 느낌을 가지는 시대는 모두에게 비극이다. 그 부메랑이 언제 나를 칠지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https://v.daum.net/v/20241004235220446
[백영옥의 말과 글] [374] 사이버 멍석말이

 

[백영옥의 말과 글] [374] 사이버 멍석말이

관심이 돈인 세상이다. 관심경제, 관종, 어그로 같은 단어 역시 일상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내 주위에는 조용히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방송이나 언론의 출연 요청을 거절하거나 정치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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