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24. 11. 16. 12:02
노파심에 밝히자면, 나는 또 탄핵이 있어선 안 된다고 본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적지 않은 국민이 ‘탄핵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당 대표나 비서실장, 장관한테는 대면보고 한번 안 받으면서 사인(私人)의 국정농단을 허용한 전임대통령. 대통령 권력을 남용한 ‘유신 공주’만 파면하면 자유민주주의가 절로 복원될 줄 알았다. 아니었다. 후임 대통령 문재인은 우리국민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로 몰고 갔다.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으로 대통령 내외가 안드로메다에 살고 있음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선뜻 탄핵 소리가 안 나오는 건 탄핵 트라우마 때문이다. 설령 윤 대통령이 공천개입을 했거나 부인이 국정관여를 했다고 해도 별로 놀라지도 않는 분위기다.
그래서 당장 대통령이 물러나면 어쩔 건데? 우파궤멸도 겁나지만 ‘이재명의 민주당’ 집권은 더 겁난다. 죽어도 경험하기 싫은 나라로 끌고 간다면, ‘검찰공화국’이나 ‘김건희의 나라’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
답답할 때는 혹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역사를 들여다본다. 세상에 이럴 수가. 1498년(연산군 4년) 무오사화, 1504년(연산군 10년) 갑자사화, 1519년(중종14년) 기묘사화, 1545년(명종 원년) 을사사화 등 4대 사화(士禍)로 사대부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새 임금이 등극한 조선 선조 시절(재위 1567~1608), ‘사화 트라우마’가 ‘마이너스 에너지’로 작용했다는 거다. 류성룡 관련 학술지인 2023년 ‘서애연구’에서 발견한 대목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과연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있는지 여부다....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세번 째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을 휘두르기 전, 부디 심사숙고했으면 한다.(관저에 가서 물어보라는 뜻 아님). 저널리스트 마이클 브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국민과의 계약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썼다. ‘너는 나 외에 다른 신을 두지 말라’는 계약 말이다. 대통령(V1)은 물론 대통령 부인(V0)도 법 위에, 국민 위에 존재할 순 없음을 윤 대통령은 명심해야 한다. 임계점을 넘으면 우리 국민 감정 속 ‘야수’가 튀어나올 수 있다.
https://v.daum.net/v/20241116120223459
[김순덕의 도발]선조 때 ‘사화 트라우마’… 지금은 ‘탄핵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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