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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히스토리아 [215] 부처님의 아들 교육

바람아님 2014. 8. 6. 11:04

(출처-조선일보 2013.05.15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여시아문(如是我聞 -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부처님이 라훌라를 현제(賢提)라는 절에 보내 90일 동안 안거하며 공부하도록 시켰다. 
그렇지만 그는 성미가 거칠고 사나운 데다 말이 거칠어 제대로 정진하지 못했다. 
부처님은 몸소 그곳에 찾아가 라훌라를 만났다. 
대야에 물을 떠다 발을 씻어달라고 한 다음 이렇게 말했다. 
"너는 이 발 씻은 물을 마실 수 있겠느냐?" 물론 그 더러운 물을 마실 수는 없다. 
"너도 그와 같다. 정진을 게을리하고 입을 지키지 않으며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세 가지 독한 번뇌가 네 마음에 가득 차 더러워진 물처럼 되었느니라."

이제 물을 갖다버리라고 한 다음 이렇게 물었다. 
"이 대야에 음식을 담을 수 있겠느냐?" 물론 더러워진 대야에 음식을 담을 수는 없는 법이다. 
"진실한 말은 적고 생각은 거칠며 정진을 게을리하여 여러 스님에게 비난을 받고 있는 너도 그와 같다."

그다음에 부처님이 하신 방식은 다소 의외다. 
발로 대야를 걷어차니 대야가 떼굴떼굴 굴러가다 멈췄다. 
"너는 혹시 저 대야가 깨질까 걱정하지 않았느냐?" 
라훌라는 질그릇 대야가 워낙 싼 물건인지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답한다. 
"너도 그와 같다. 몸으로는 함부로 행동하고 입으로는 거친 말과 나쁜 욕지거리로 남을 헐뜯는 일이 많으니, 
만일 그 버릇을 고치지 않고 죽으면 삼악도(三惡道·죽은 후 악인이 간다는 지옥도·축생도·아귀도의 세 세계)에 
태어나는 일을 되풀이할 것이다."

라훌라는 다름 아니라 부처님이 출가하기 전 아내 야쇼다라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그는 어릴 때 출가했는데, 당시 교단에서는 하루 한 끼밖에 안 먹으니 배가 고파 자주 우는 데다가, 
할아버지가 왕이고 아버지가 부처님이어서 다들 그를 위해 바쳐 영 버릇이 없었다고 한다. 
보다 못한 부처님께서 직접 만나 대야를 발로 차는 과격한 방식으로 그를 깨우친 것이다. 
이후 라훌라는 크게 분발하여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하나가 되었고, 
특히 남이 모르게 착한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밀행제일(密行第一)이라는 칭찬을 들었다(법구비유경·象品).

부처님도 아들 문제로 은근히 걱정을 많이 하신 모양이다. 
우리 아이들도 때로 자상하면서도 엄하게 깨우쳐 올바른 길로 인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