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朝鮮칼럼 The Column] 유라시아, 大陸과 海洋을 함께 보자

바람아님 2014. 8. 25. 09:39

(출처-조선일보 2014.08.25 김성한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前 외교부 차관)


광대한 영토와 풍부한 에너지源, 脫냉전 후 미국이 주인으로 등장… 중국·러시아·이란이 견제 움직임

한국, 대륙 여는 데 박차 가하되 미·일 등 '해양 세력'과도 협력하며 아·태 지역에 존재감 키워나가야


김성한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前 외교부 차관

한반도에서 시작해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러시아를 거쳐 유럽을 잇는 유라시아 지역은 흙 내음이 
물씬 나는 광활한 대륙이다. 로마· 오스만튀르크·몽골 제국 등 역사를 호령한 패권국들이 유라시아에서
나왔다는 점은 이 지역의 정치경제적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광대한 영토와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가진 유라시아 지역은 영토가 비좁고 에너지가 부족한 한국에 무척 매력적인 대상이다.

기실 유라시아가 개념적 차원을 넘어 현실로 다가온 것은 탈(脫)냉전 때문이었다. 
소련이 와해되면서 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린 것이다. 
그러자 냉전의 승리자 미국이 유라시아의 새로운 주인으로 등장했다. 
미국이 서유럽 중심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동유럽으로 확대하고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중앙아시아까지 넘보자 미국의 전략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로부터 '경고'가 떨어졌다. 
그는 1997년도에 나온 저서 '거대한 체스판(The Grand Chessboard)'에서 미국의 유라시아 
전략의 핵심은 "중국·러시아·이란 등이 반미(反美) 연합 전선을 구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하여 신중한 처신을 주문했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는 미국에 신중함보다 과단성을 요구했다. 
미국은 과거 '소련의 앞마당'으로 불렸던 유라시아 중심부에 직접 들어가[America In], 러시아의 재부상을 억제하고
[Russia Down], 중국의 침투를 저지하는[China Out] 전략을 폈다.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 군사기지를 설치하고 테러 세력 와해와 중동 질서 재편을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무력 개입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깊은 수렁에 빠지면서 유라시아 중심부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주도권은 급격히 약화되었다. 
그동안 러시아는 고토(古土)에 대한 영향력 회복을 위한 힘을 키웠고, 에너지가 부족한 중국 역시 중앙아시아와 중동지역에 
손을 뻗쳤다. 결국 미국은 2011년 '아시아 재균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지정학적 초점을 동아시아로 옮기면서 유라시아 
중심부에서 한발 빼는 모습을 연출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현재의 상황이 유라시아에서 미국이 빠지고[America Out], 러시아가 재부상하며[Russia Up], 중국이 밀고 들어오는
[China In] 전략적 역전 사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중동부 유럽을 포함한 28개 NATO 회원국은 미국의 리더십 아래 
강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가 위세 등등해 보였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제재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와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러시아나 미국에 비해 취약하다. 그러나 미국이 유라시아의 질서를 잡아나가는 
전략적 자신감이 사라지자 중국·러시아·이란 등이 (브레진스키가 경고한 대로) 미국이 주도해 온 유라시아 질서를 타파해 
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거대 게임(great game)'의 조짐 속에 한국은 강대국 간 경쟁 양상과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특성을 잘 감안해 
유라시아에 접근해야 한다. 유라시아에 견고한 질서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대륙에 대한 전략적 행보보다는 
한국의 경제적 기회를 확대한다는 실용적 차원에서 접근하면 된다. 
아울러 북한을 역사의 바른 편에 서도록 유도하여 한반도와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통로를 여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전략적 시야를 넓혀 유라시아 대륙에서 바다를 건너야 접할 수 있는 나라들과 유대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유라시아를 대륙으로만 보면 한국, 몽골, 중앙아시아, 러시아를 거쳐 유럽에 도달하는 길만 보인다. 
그러나 유라시아 동편을 밑으로부터 감싸고 있는 태평양·인도양을 포함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른바 유라시아 '해양 세력'들과 친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은 물론 일본·동남아·호주·인도 등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역내(域內) 다자 협력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해야 한다.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있으면 '아시아·태평양 이니셔티브'도 있어야 한다. 
중국·러시아와 같은 대륙 세력과 미국·일본·호주·인도네시아와 같은 해양 세력들이 공통적으로 당면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한국이 제시해야 한다. 바다를 활용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확보하며,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개발 협력 문제에 관한 건설적 토의를 유도할 수 있다.

역사의 중심 축(軸)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했다는 것은 유럽 사람들조차 인정하는 바다. 
한반도 통일을 이룩해 흙먼지 날리며 유라시아를 누비는 꿈을 키워나가는 것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 감각과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바닷바람을 맞으며 동북아를 넘어 아·태 지역에 우리의 존재감을 키워나가는 
노력도 국익과 직결된 우리 외교의 당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