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한국의 교육, 한심하다.

바람아님 2014. 12. 5. 11:19

[조중식의 태평로] '大入 배치표'에서 읽은 한국의 추락

(출처-조선일보 2014.12.05 조중식 산업2부장)


조중식 산업2부장1990년대 중반 이후 20년간은 한국 ICT(정보통신 제조 및 서비스) 산업의 영광의 시대였다. 
1994년 삼성이 세계 최초로 256메가 D램을 개발하며 일본을 앞질렀고, 
2000년대 들어서는 TV와 액정디스플레이(LCD)가 차례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그 뒤에는 휴대폰에서 노키아·모토롤라·에릭슨을 물리치고 
한국 기업들이 세계 1~3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ICT 산업의 이런 영광은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다. '영광의 시대'에 앞서 '영광의 세대'가 있었다. 
이 시기 우리 ICT 산업 현장의 주력군은 1980년대 중반 대학을 다닌 사람들이었다. 
1984년부터 1987년까지 한 입시기관의 대입(大入) 배치표를 찾아봤다. 
이과(理科) 계열 1순위 학과는 서울대 전자공학과였다. 
2위권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의예과, 물리학과가 있었다. 
연세대·고려대 등 다른 대학들도 전자공학과는 모두 이공계 학과의 선두권이었다. 
물론 대학입시 점수로 인재의 우열(優劣)을 가릴 수는 없겠지만 당시 세대는 전자공학·컴퓨터공학 분야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진로를 선택했다. 
이 세대가 지난 20년간 한국 ICT 산업의 영광을 만든 것이다.

지난 20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창업해 가장 크게 기업을 일군 사람들 역시 이 세대다. 
엔씨소프트 김택진(서울대 전자공학), 네이버 이해진(서울대 컴퓨터공학), 카카오 김범수(서울대 산업공학), 
넥슨 김정주(서울대 컴퓨터공학), 다음 이재웅(연세대 컴퓨터과학)은 모두 85·86년 학번이다.

지금 우리 ICT 산업은 큰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턱밑까지 쫓아간 것 같았던 선진국 기업과의 격차는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고, 
한참 뒤에서 쫓아오는 줄 알았던 중국 기업이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 추락 원인을 파고 들어가면 중국 기업이 등장한다. 
조선·석유화학·철강 등 다른 산업 분야도 상황은 비슷하다.

앞으로 우리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더 좋은 상황에 있을까. 선뜻 긍정적인 답을 하기 힘들다. 
10~20년 뒤 산업 현장의 주력군일 지금의 대학생과 대학 입시생을 보면 그렇다. 
올해 국내 최대 사교육 기업이 만든 대입 배치표를 보니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는 서울과 지방의 15개 대학 의예·의학·치의예과 다음에 배치돼 있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그 뒤로 다시 10개의 지방대 의예·한의예과가 나온 뒤에 등장했다. 
주요 대학의 공학 계열 학과는 훨씬 더 뒤쪽이었다.

중국은 어떨까. 중국의 의과대학 중 최고 명문은 베이징대 의대다. 
이곳과 칭화대 이과 계열 학과의 2013학년도 합격생 입시[高考] 평균 점수를 중국 교육 관련 사이트에서 조사해봤다. 
칭화대 공학계열 29개 학과 중 3개만 제외하고 나머지 26개 학과의 평균 점수가 모두 베이징대 의대(675점)보다 높았다. 
특히 ICT 분야인 전자정보(698점), 계산기과학·기술(694점), 소프트웨어(683점)학과는 최상위권이었다. 
이런 순서로 인재들이 달려간 산업의 한·중(韓中) 경쟁에서 우리가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까.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최근 이 산업으로 유입되는 인재들을 보면서 느끼는 우리 현실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야 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추락의 충격을 완화시킬지' 고민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독자 칼럼] 원어민도 못 푸는 문제를 3초면 푸는 '물수능 영어'

(출처-조선일보 2014.12.05 오인수 영어학원장·번역가)



	오인수 영어학원장·번역가
수능 영어 한 문제당 주어진 평균 시간은 대략 94초다. 
길고 복잡한 논리로 무장한 독해 지문을 그 시간 안에 풀어내기는 미국이나 영국의 웬만한 대학교를 
졸업한 원어민에게도 결코 쉽지 않아서 5분(300초)을 줘도 헷갈리다가 틀리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처럼 어려운 문제를, 영어를 포기한 수험생 일명 영포자도 3초 안에 정답을 고를 수 있다면?

지난 11월 13일 수능 시험 날짜에 '미국인이 수능 어려운 문제 풀기'라는 제목의 재미난 동영상이 
유튜브에 게시됐다. 동영상에 따르면 이 원어민은 미국 상위 5위 안에 드는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미국 여성인데, 수능 32번 문항을 5분 동안 끙끙 앓다가 결국 답을 놓쳤다. 
그녀는 "나도 미국 사람이지만 무슨 말인지 전혀 몰라. 내가 멍청한 건가?"라며 바짝 주눅 든 
표정으로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EBS 교재에는, 원어민조차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지문이 많다. 
답지에 나온 해설을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것은 학생뿐만 아니라 지도하는 교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어려운 지문을 영포자가 문제를 보자마자 답을 맞히는 역설이 현재의 물수능 영어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다.

며칠 전 필자는 개인 과외를 하고 있는 후배와 통화하다가 충격적 사례를 듣고 경악했다. 
그 후배는 원점수 40점대(6등급)의 영어를 포기한 재수생을 무려 90점대의 2등급으로 만들었는데 그 비법은 가히 놀랍다. 
단어만 암기시키고 EBS 교재에서 영어는 빼고 한글 해설만 이해하도록 가르친 게 그 비법이다. 
이 재수생은 3초 만에 EBS 연계 지문을 풀 수 있었다고 한다.

올해 수능 성적표가 배부되자 물수능에 대한 원성이 높다. 
영어에서는 역대 수능 사상 최고치인 1만9564명(3.37%)이 만점을 받았다. 
한 영어 사이트에 올라온 글은 허탈 그 자체다. 
'루시앙의 청춘'이라는 아이디 작성자가 '물수능, EBS 연계, 2015년 영어에 대한 짧은 평가'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의 
댓글에는 한숨이 가득하다. 
"발로 푸는 문제, 언제부터 영어가 한글 암기 과목이 되어버린 거죠?" 
"이건 수능시험이 아니라 EBS 시험이죠."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 '눈에 띄는 새 책'으로 'EBS 영어 지문 3초 서머리 B형'이 선정된 것은 물수능의 문제점이 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영어 지문을 보자마자 딱 3초면 100% 생각나게 지문의 '첫 문장'과 '중심 문장'을 수록하고, 
한글로 해석을 해두어 단박에 지문을 파악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영어 시험인데 한글 해석본을 보는 게 고득점 전략이 된 작금의 기현상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