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氣칼럼니스트/김순덕칼럼 310

[김순덕의 도발]‘대통령 심판’했던 보선, 대통령실 문책은 왜 없나

동아일보 2023. 10. 21. 10:00 동아일보 19일 자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 4역과 오찬 뒤 용산어린이정원을 산책하는 사진이 실렸다. 햇살이 눈 부셨는지 윤 대통령은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고 시커먼 양복을 입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이 서열대로 뒤를 따르는 맥락 없는 모습이었다. 기사 제목은 ‘윤 “저와 내각 반성하겠다…국민은 늘 무조건 옳아, 민생 챙길 것”’이었지만 분위기는 달랐다. ‘침통하다…우리가 뭘 잘못했단 말인가’ 콱 막힌 울분이 압력솥 증기처럼 뿜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윤 대통령은 늘 그렇듯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고, 손짓을 하거나 말을 하는 대장 같은 모습이었다(식탁 앞에 다들 와이셔츠 차림으로 앉은 단 한 장의 사진 역시 대통령이 말하는 장면..

[김순덕 칼럼]‘대통령 리스크’, 국힘은 말 못하는 선거 후유증

동아일보 2023. 10. 12. 00:22 정권 심판론 대 巨野 심판론 맞붙은 이상하고 유별난 강서구청장 보선 총선 승패는 대통령 지지율 따라 출렁 지금처럼 지지층만 보다간 민심 놓칠 것 차라리 선거에 지는 게 낫다는 말은 대놓고 할 소리는 못 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수박’으로 찍히기 딱 좋다. 국민의힘 같으면 ‘내부 총질하는 자’로 걸릴 수 있는 불온한 발언이다. 그런 말이 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은밀히, 그러나 끈덕지게 나왔다. 물론 표면적으론 윤석열 정권 심판론 대 이재명 거야(巨野) 심판론, 막판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 심판론까지 맞붙은 선거였다. 말 잘하는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가 김태우인가, 사실상 윤석열인가” 외쳤다. 대통..

[김순덕 칼럼]누가 ‘귀신 잡는 해병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가

동아일보 2023. 8. 30. 23:51 해병대사령관 “안보실 2차장과 통화” 대통령실은 일제히 수사외압설 부인 이 땅의 여자들은 군인이 애인이다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은 철통같은가 ‘당신들은 모르실 거예요/이 땅에 태어난 여자들은/누구나 한때 군인을 애인으로 갖는답니다’. 시인 문정희는 ‘군인을 위한 노래’에서 이렇게 썼다. 소녀 때는 군인에게 위문편지를 쓰고 처녀 때는 군대로 면회를 가고 어느 중년의 오후 군복 벗은 그를 우연히 만나 속으로 조금 울기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들, 아들” 하면서 아들을 애인처럼 여기는 군화모(군인 아들을 둔 부모님 카페) 회원들은 요즘 아들이 무탈하게 제대할 수 있을지 끌탕을 한다.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석관천에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을 하던 스무 살짜리 채모..

[김순덕 칼럼]“대통령부터 달라지겠다” 한마디가 그리 어려운가

동아일보 2023. 8. 16. 23:51 윤 대통령 혼자 숨 가쁘게 뛰는 사이 공직사회는 무능·무책임할 자유 만끽 ‘일 잘하는 정부’ 내걸고 잼버리로 망신살 인사 편중부터 고쳐 공공개혁 시작하라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난 사이, 국내는 ‘옷로비 사건’으로 들끓고 있었다. 김대중(DJ) 대통령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내가 나라의 위상을 높여보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리 뛰고 저리 뛰었는데도 정상외교는 신문 한쪽 구석에’ 실렸고(김대중 자서전), 기자들 관심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성과 아닌 장관 문책에 쏠렸기 때문이다. “마녀사냥식으로 처리하면 후환을 남길 것”이라고 답한 DJ의 독선과 오만은 결국 대통령 사과로, 국회 청문회와 최초의 특검 수사로, 법무부 장관과 대..

[김순덕의 도발]눈 떠보니 후진국…‘잼버리 트라우마’ 어쩔 것인가

동아일보 2023. 8. 11. 14:05 수정 2023. 8. 11. 14:24 12일 막을 내리는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긴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 세상에, 영국 청소년들이 폭염보다 화장실이 더 끔찍하다고 사흘 만에 캠핑장을 뛰쳐나가다니. 매트 하이드 영국 스카우트대장이 BBC방송에 대고 “수천 수만 명이 쓰는 화장실을 규칙적으로 치우지 않는다고 전에도, 중간에도, 수없이 조직위에 얘기했는데,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고도 그대로여서 실망했다”고 한 것도 한국의 수준으로 기억될지 모른다. 대통령이 주요국가 7개국(G7) 회의에 초대됐다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인 듯 잘난 척 할 일이 아니었다. 새만금 잼버리 주무 부처는 대한민국 여가부다. 그 놈의 “전임 정부 탓” 듣자고 국민이 정..

[김순덕의 도발] 정전 70주년에 돌아본 좌파와의 협상법

동아일보 2023. 7. 28. 14:00 6·25전쟁 영웅 고(故) 백선엽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친일파)’라는 문구가 삭제됐다. 정전협정 70주년을 앞두고 이뤄진, 늦었지만 당연한, 기구한 역사가 불러온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보통사람에게 협상이라 함은, 서로 소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윈-윈 게임이다. 공산당은 다르다. 총성 없는 전쟁일 뿐이다. 오죽 애간장이 탔으면 유엔대표단 협상 단장 터너 조이 제독(1895~1956)이 유언 같은 저서 ‘공산주의자는 어떻게 협상하는가?’를 내놓고 1년 만에 세상을 떠났겠나. 백선엽도 회고록 ‘조국이 없으면 나도 없다’(2010년)에서 그때의 경험을 언급했다..... 백선엽은 착잡했다. 우리는 휴전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김순덕의 도발]‘1919년 원년’ vs ‘건국은 혁명’에 대한 이종찬의 편지

동아일보 2023. 7. 14. 15:47 수정 2023. 7. 14. 15:50 지난번 내가 자행한 ‘도발’에 대해 이종찬 광복회장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칼럼을 반박하는 내용이다. 나는 독자들의 험악한 댓글을 볼 때마다 ‘에고 나가 죽으란 소린가…’ 싶으면서도 내 월급 속엔 악플을 감수하는 값도 포함됐다고 믿고 산다(물론 배우는 점도 적지 않다). 이 회장의 글에 전부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와 함께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듯 해 필자의 동의를 얻어 소개하기로 했다. 애정어린(?) 비판을 보내준 이 회장께 감사드린다. 존경하는 김순덕 대기자 선생 대한민국 원년문제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가져주셔서 특별히 존경합니다. 쓰신 글을 읽어보니 약간 오해가 있는 부분이 있어서 이글을 보냅니다..

[김순덕의 도발]‘분단시대의 역사인식’ 강만길, 밟고 넘어서라

동아일보 2023. 7. 1. 10:00 23일 세상을 떠난 ‘분단시대’의 원로 사학자 강만길은 지금쯤 하늘나라에서 편안하신지 모르겠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왜곡된 역사의식으로 북한을 비호하며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닌 반국가 세력을 비난해서다. 그 ‘왜곡된 역사의식’을 불어넣은 원조가 고(故)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교수님은 역사의 진보에 대한 굳은 신념으로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했다”고 트위터로 강만길을 추모했다.....강만길이 대체 뭘 가르쳤기에 윤 대통령이 그런 말까지 했는지는 ‘촛불행동’이라는 단체가 쓴 추모글을 보면 안다. “선생님은 ‘민족해방운동’의 뿌리를 깊이 탐구하시고 분단이 존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