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사설] 달아오르는 美·中 갈등, 주변국에 양자택일 강요는 안 돼

바람아님 2016. 6. 9. 07:47
조선일보 2016.06.08. 03:24

미국과 중국이 예상보다 더 격렬하게 이해관계 차이를 노출시켰다. 6~7일 이틀 동안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전략 경제 대화'에서 두 나라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다. 전략 대화는 원래 모든 현안을 꺼내놓고 얘기하는 자리이기는 하지만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공개된 경우는 없었다.

두 나라 갈등이 당장 폭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와 경제 질서가 순탄치 않으리라는 것만큼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두 나라가 북핵 문제조차 다른 현안들과 섞어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두 나라 대표들은 7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전면적으로 이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기존 합의의 반복일 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중국은 이번 전략 대화 직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 자리 등 여러 곳에서 제재 일변도로는 안 된다며 '제재·대화 병행'을 강조했다. 6자회담 재개와 북·미 평화협정 필요성도 계속 거론했다. 중국이 이러는 것은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확인하는 것보다 미국 뜻대로 흘러가는 것을 우선 막으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만약 북핵 문제가 이렇게 미·중 주도권 경쟁 속으로 휘말려 들어갈 경우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리 없다.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상황이다.


이번 미·중 대화의 이슈는 북핵 문제 외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중국의 철강 과잉 설비 감축, 위안화 평가절하, 중국 인권 문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었다. 두 나라는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상충하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접점(接點)을 전혀 찾지 못했다. 중국 매체들은 양국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기에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에 2개 등대를 추가로 운용키로 했다고 전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 "무력 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런 분쟁이 경제 위기와 맞물려 돌아갈 경우 언제 어떻게 폭발할지 알 수 없고 그 파장은 한반도 전체로 밀려들어 올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어느 시점엔 동아시아 당사국들에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우리야말로 위험한 선택 앞에 놓이게 될 수밖에 없다. 이번 미·중 대화를 앞두고 다시 표면에 등장한 사드 배치 문제만 봐도 심상찮다. 이번 미·중 대화는 동아시아 지역이 안보와 경제 두 측면에서 어느 때보다 취약한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과연 우리 정부가 이런 정세 변화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해가고 있는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