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사설]미국 주도 세계 무역질서에서 한국만 외톨이 되는가

바람아님 2015. 2. 23. 09:49

 

동아일보 2015-02-23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21세기 세계 무역질서를 써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에 무역 패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올해 안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을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에 대한 신속협상권을 의회에 요구하면서 한 말이다.

TPP는 현재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12개국이 참여한 다자(多者) 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메가 FTA로 불리기도 한다. 상품 거래부터 원산지 규정, 기술 장벽, 서비스 무역 등 거의 모든 통상 분야가 포함되어 있다. 많은 나라가 동시에 참여해 세계 무역질서에서 양자(兩者) 간 FTA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은 여기서 제외되어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TPP에 참여한 12개국 가운데 일본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이 이미 우리와 FTA를 맺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국이 빠진 채 TPP가 발효되면 한국은 세계 무역질서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덕수 전 한국무역협회장은 지난해 말 “TPP에서 한국만 빠진다면 경제적 충격이 엄청날 것”이라며 연간 2조 원에 이르는 원자재 부품을 일본이 독식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TPP 원산지 규정이 확정될 경우 12개국 기업들은 손쉽게 원산지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일본 제품만 사용하고 경쟁국인 한국 제품을 사용하지 않게 되어 수출 산업이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주무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는 TPP 참여에 대해 아직까지도 아리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TPP 참여 12개국은 새로운 국가의 협상 참여를 막고, 타결 후 가입만 받기로 해 한국이 가입하기도 쉽지 않다. 설사 TPP에 가입하더라도 한국의 이익을 반영할 수 없고 정해진 규범만 따라야 한다. 정부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제사회의 새로운 조류인 메가 FTA를 따라잡지 못하는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금이라도 TPP 참여를 비롯한 통상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오바마, 美중심 TPP 속도전… 中주도 FTAAP 견제

 동아일보 2015-02-23

 

 

21세기 무역주도권 확보 선언 왜
“자유무역 확대로 美경제회복 촉진”… 의회도 신속협상권 처리 가능성 커
노조는 “임금저하-일자리 유출” 반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21일 ‘중국이 아닌 미국이 21세기 무역 질서를 새로 써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자신의 경제·무역 분야 최대 목표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의 올해 상반기 타결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또한 의회의 신속협상권(TPA) 조속 처리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 반대 세력을 사전에 설득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과 노조는 과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사례를 들어 자유무역 확대가 미국 노동자의 임금을 떨어뜨리고 일자리를 해외로 유출할 것이라고 반대해 왔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주례 연설에서 “과거의 모든 무역협상이 애초 기대만큼 효과를 발휘한 것은 아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우리가 스스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새로운 기회를 저버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지난주 발표한 ‘2015 대통령 경제보고서’에서도 “최근 미국 경제의 성장률 상승과 고용 증가, 재정적자 감소는 중산층 살리기 정책의 성과”라며 “앞으로도 성장률 제고를 위해 TPP 체결, 정부 지출 증가와 교육,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 이민 개혁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의회 분위기도 많이 누그러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민주당과 공화당의 협상팀이 TPA 관련 법안에 대한 이견 해소에 근접했으며 이르면 다음 주 타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스트 트랙’이라고도 불리는 TPA는 행정부가 전권을 위임받아 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하면 의회가 이를 승인하거나 거부할 수 있지만 내용은 손질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로 협상 상대방 국가에 대한 행정부의 교섭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올 상반기 내 TPP 협상 타결 확률이 50%보다도 훨씬 더 높다”고 밝혔다. TPP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페루, 칠레,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12개국 중에서 최대 협상국은 미국과 일본이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핵심 참여국인 일본이 ‘5대 민감 품목’인 쌀과 유제품, 설탕, 밀, 쇠고기에 대한 시장 개방을 어느 정도 허용할지가 전체 협상 타결의 쟁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본에서는 올해 초 미국 방문을 앞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등 안보 공약의 대가로 미국에 성의를 보일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중국은 지난해 11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TPP에 대결하기 위해 자국 중심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