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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경기 살아나지 않는 답답한 상황, "금리 인하라도.."

바람아님 2015. 3. 6. 10:12

SBS 2015-3-6

 

 

우리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요? 시장 상인이나 사업하시는 분들 얘길 들어보면 딱히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경제가 정체해 있다보니 이젠 경기에 대한 느낌이 무뎌져 있을 정도입니다.

● 정부, 이달 초만해도 "더디지만 경기 회복 중"

정부는 이달 초까지만해도 '희망'을 주는 데 역점을 뒀습니다. '경제는 심리'란 말이 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곧 나아질거야'라고 주문을 걸고 믿으면, 경제가 정말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의 바램도 이런 거였습니다. 통계청이 지난 2일 1월 산업활동 동향을 발표했는데요. 통계발표가 있고 난 후 곧바로 기획재정부가 통계에 대한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1월 산업활동 동향 통계치가 상당히 안좋았는데요. 하지만 정부는 이런 수치가 일시적 요인과 날씨 탓으로 분석하고 "제약했던 일시적 요인들이 완화되면서 향후 회복 흐름을 재개할 것"으로 긍정적으로 전망했습니다. 아마도 경기에 대한 긍정적 '주문'을 걸고 싶었던 정부의 속내가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날인 3일엔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발표됐습니다. 1년전에 비해 0.5% 상승에 그치면서 1월의 0.8% 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에서 담뱃값 인상 요인이 0.57%포인트 정도입니다. 아주 특별한 요인인 이 담뱃값 인상요인을 빼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섭니다. 명목상 숫자는 플러스지만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를 보이면서, 우리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표면으로 나올 수 있는 변화였습니다.

디플레이션은 경기침체로 인해 수요가 줄면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일단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정부의 온갖 정책에도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일본의 장기불황이 이런 디플레이션이고, 유럽도 현재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는 진단입니다. 정부는 이때까지만해도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여전히 '긍정의 주문' 기조를 유지한 것입니다.

● 정부, 돌연 '디플레' 우려 시작



하루 뒤인 4일 아침 대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한 강연에 참석해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정면으로 언급한 것입니다. 디플레이션을 언급했다는 것만으로 그 동안의 '긍정 주문'이 '부정 주문'으로 바뀔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습니다. '경제는 심리'여서 소비자들이 경기상황을 우려하기 시작하면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 한국은행 정책금리 결정 앞두고 압박에 나선 듯

기획재정부가 경기에 대한 진단을 수일 새 바꾼 배경엔 '금리'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회의를 엽니다. 실제 이날 최경환 부총리는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오후 들어서는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까지 나서 다시 금리를 언급했습니다.

우리의 경우 경기에 대한 대응은 정부가 재정정책,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통해 대응합니다.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은 경기활성화 보다는 물가안정이 주목적입니다. 금리에 대해 한은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2월 금리결정 당시에도 금융통화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을 정도입니다. 현재 2%인 정책금리가 충분히 낮고, 물가상승률이 낮은 것은 유가하락이나 농산물 가격 하락과 같은 제품 공급가격 자체가 낮아진 것 때문이란 게 판단의 근거입니다. 당시 만장일치의 결정이다 보니, 12일 금리결정에서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그동안의 평가였습니다.

● 정부, 경기회복에 어려움 느낀 듯

경기활성화에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정부는 요즘 무척 곤혹스러워합니다.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살리려는 노력이 쉽게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정치권의 비협조로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쉽게 살아나지 않는 경기에 정부로선 '정책금리 인하'라는 수단도 포기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실제 세계 각국은 여전히 통화량을 확대하는 정책을 통해 경기활성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이 양적완화를 하기로 했고, 호주, 인도, 중국 등이 금리인하를 단행했습니다. 한은의 논리는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있습니다. 2%라는 수준의 금리는 상당히 낮고, 또 금리 수단을 일찍 써버릴 경우, 향후 경기 침체에 대응할 수단을 잃게 됩니다. 정부와 한은 사이 '창과 방패'의 입장 차가 일주일 뒤 어떤 결정으로 판결날 지 주목됩니다.

 


한주한 기자jhaan@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