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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초부터 활력을 잃어가는 한국 경제

바람아님 2015. 3. 4. 10:29

[중앙일보] 입력 2015.03.04 

 

 

한국 경제가 회복의 탄력성을 잃어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0.52%로 3개월째 0%대를 이어갔다. 여기서 담뱃값 인상 효과인 0.58%를 빼면 실제 물가는 1년 전보다 오히려 0.06% 떨어진 셈이다. 사실상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우리 경제가 회복할 힘을 잃고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에 빠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 물가가 사실상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유가 하락과 농산물 값 하락의 영향이 크다고는 하지만 오랜 경기 부진으로 인한 수요 감퇴도 적잖은 몫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한국 경제는 급속히 활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생산과 소비, 투자, 수출입 등 경제활동과 관련된 모든 지표들이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기업들은 생산과 투자를 줄이고, 가계도 지출을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다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교역 규모마저 쪼그라들었다. 자칫하면 원가 하락과 수요 감소가 겹쳐 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와중에 증시와 부동산시장은 시중의 넘치는 유동성과 정부의 규제 완화 덕에 그나마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호전도 실물경기의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짝 반등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물경기와 자산시장의 괴리가 커지면 불황 속에 거품만 부풀릴 위험도 크다.

 결국 한국 경제 회생의 관건은 가라앉는 실물 경기의 회복에 달려 있다. 경제가 회복의 탄력성을 잃고 나면 되살리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경기가 더 위축되면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구조개혁의 추진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투자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재정·금융정책 수단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규제 완화 등 미시적 경기 진작 대책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금은 디플레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보다 디플레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막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