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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중국 경제 위험 경보 심상치 않다

바람아님 2015. 2. 27. 09:49

[중앙일보] 입력 2015.02.27

이종화/고려대 교수·경제학과

 

중국 경제의 위험을 알리는 빨간불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으로 지난 35년간 고속으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엔진이 과열된 상태에서 운항하는 비행기와 같았다. 이제 속도를 낮추고 연착륙하려 하지만 경착륙을 할 가능성도 크다. 중국발 경제위기는 곧 우리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지난해 중국의 공식 경제 성장률은 7.4%로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 위축과 제조업 과잉설비로 투자 증가폭이 줄어든 효과가 컸다. 일부에서는 공식 통계보다 실제 성장률은 더 낮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1월에도 나쁜 뉴스가 이어졌다. 수출은 지난해 1월에 비교해 3.3% 감소했고 수입 감소는 20%에 달했다. 1월의 제조업 경기전망지수(PMI)는 기준치인 50 이하로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중국의 2015년 성장률을 기존의 7.1%에서 6.8%로 낮추었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1월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0.8%였다. 생산단계에서의 물가상승률은 공급과잉으로 이미 계속해 마이너스다.

 압축성장의 폐해가 여러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과잉투자로 인해 생산성이 계속 낮아지고 잠재적 부도 위험을 가진 기업이 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인해 토지 판매 수입에 의존하는 지방정부의 재정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정부의 규제를 제대로 받지 않는 ‘그림자 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이 많아지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도 크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구조개혁과 질적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달 세계경제포럼의 기조연설에서 앞으로도 ‘뉴노멀(新常態)’에 맞추어 단기 경기 부양보다는 중장기 개혁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재정·통화정책을 적절히 운용해 급속한 경기 하락과 위기를 예방하면서 구조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와 지불 준비율을 낮추어 통화공급을 늘려 경기 둔화와 자본의 해외 유출로 인한 자금시장의 위축에 대응했다.

 중국 정책당국이 제대로 경제를 운용해 간다면 큰 경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 그러나 연착륙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부채와 금융부실 때문에 부동산 경기 둔화 등 경기 하강 압력에 제대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 지역 간의 발전 격차를 해소해야 하는 당면 과제 앞에서 지방 정부의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하기 어렵다. 내수와 서비스업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바꾸고 국유기업의 민영화와 금융 부문의 자율화를 추진해 가는 과정에서 언제든지 경제가 불안정해지고 성장률이 5%대로 떨어질 수 있다. 금융·재정 위기가 발생한다면 성장률이 더 크게 하락할 것이다.

 중국 경제의 하락은 한국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이다. 전체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4분의 1이 넘고 금융과 관광산업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높다. 싹쓸이 쇼핑을 하는 유커들의 모습이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IMF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올리비에 블량샤드는 올해 중국 경제의 하강이 한국과 같이 대중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만일 중국이 과잉 생산된 상품들을 세계 시장에 저가로 수출하려 하는 경우 경합관계에 있는 우리 수출산업에 이중의 고통이 될 수 있다.

 중국 경제의 급격한 하강을 대비해 우리 경제의 실물·금융 부문에서 취약요인이 없는지 다시 점검하고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정책당국의 적절한 거시 경제 운용과 외환 정책이 중요하다. 우리 경제의 취약요인인 가계와 기업 부채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대응이 필요하다. 중국에 투자하고 수출하는 기업들은 스스로 위기에 따른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주력산업인 반도체·철강·조선·석유화학·자동차 산업이 지금의 수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자신하기 힘들다. 대기업들은 창조적인 기술의 개발에 주력해 경쟁력을 더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성장 동력을 다변화해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는 수출과 제조업 중심의 성장 동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총생산에서 수출 비중은 2002년 34%에서 크게 증가해 지금은 56%에 달한다.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노동생산성은 제조업의 4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내수와 서비스산업이 또 다른 성장 동력이 되어야만 외부의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지난 며칠 동안 중국발 황사 바람이 한반도를 뒤덮고 우리의 호흡을 곤란하게 했다. 이제 중국 경제의 위험을 알리는 경보가 울리고 있다. 황사 경보가 울리면 마스크를 써서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듯 위험 대비책을 세우고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해야 큰 병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종화 고려대 교수·경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