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2015-4-1
최근 '소득 주도 성장'이 회자되고 있다. 가처분소득을 높여 가계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줘야 소비가 늘고 경제가 회복된다는 논리다. 소득 주도 성장은 결국 근로자의 임금인상과 최저임금 현실화로 집약된다. 여기에 중소기업이 임금인상 여력을 가질 수 있도록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적정 수준으로 올려줘야 한다는 주문이 곁들여진다.
하지만 소득 주도 성장은 치명적인 논리적 결함을 갖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에서 말하는 소득은 노동소득, 즉 임금이다. 하지만 임금은 성장의 수단이 아닌 성장의 결과물이다. 성장해야 임금을 올려줄 수 있다. 소득 주도 성장은 인과관계를 도치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임금은 하방 경직적이다. 금리는 경기 조절을 위해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지만 임금은 그렇지 못하다. 임금을 경기 조절 수단으로 삼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득 주도 성장은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출간되면서 정책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피케티의 주장은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기 때문에" 자본소득분배율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좌파들이 이를 놓칠 리 없다. 불평등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여야 하는 바, 임금상승을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피케티가 최근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크다는 자신의 주장을 거두어들였기 때문에 소득 주도 성장의 논리적 기반은 와해됐다. 현실에서 배당이나 이자소득 증가율이 임금소득의 그것보다 높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은 것도 아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잠시 하락했을 뿐 2010년 59.4%를 거쳐 지난해에는 62.6%로 꾸준히 올라섰다. 자영업자 영업이익에 숨어 있는 임금부분을 합치면 노동소득분배율은 이보다 훨씬 커진다. 이 같은 관점에서도 소득 주도 성장은 타당성을 상실하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론도 세(勢)를 얻고 있다. 대규모 장치산업 정규직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의미가 없겠지만 시급(時給) 아르바이트를 하는 근로자에게는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생활형편이 나아진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것이 있다.
내수 부진으로 자영업자와 봉급생활자 간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2인 이상 도시가구' 중 근로자 외 가구의 실질 소득은 월평균 325만원으로,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 431만원의 75.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소득격차는 2008년 4분기 이래 6년 만에 가장 큰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현실화되면 영세 자영업자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그들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고용을 줄이면 청년, 여성, 고령자, 저학력자부터 줄일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게 부메랑이 돼 그만큼 양극화가 확대된다. 임금은 시장에서 정해져야 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최저임금은 오른다.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쟁력을 상실했던 일본 기업이 다시 강해지고 있다. 지난해 금융업을 제외한 닛케이225지수 편입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6.7%로, 코스피200지수 한국 기업 영업이익률보다 1.4%포인트 높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일본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3.9%로 한국 기업(6.3%)보다 낮았다. 엔저(低)라는 '훈풍'이 있었지만 그 역전에는 혁신과 구조조정이 자리 잡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은 분배함으로써 성장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분배하겠다는 것인가. 성장 페달을 밟아 분배할 것을 만들어야 한다. 대중이 반길 만한 것에서 벗어나 문제의 본질을 봐야 한다. 국부(國富)는 투표함에서 나오지 않는다. 땀과 눈물, 그리고 혁신에서 나온다.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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