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4.03 장영남 영화배우)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무언가로 채워지지 않은 시간을 '견디는 것'이 종종 버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얼마간을 그렇게 기계 속 세상에 빠져 있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들어 실제 대상들과 마주하고 있노라면
얼마간을 그렇게 기계 속 세상에 빠져 있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들어 실제 대상들과 마주하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어색하고 민망한 느낌이 든다.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마치 내 앞의 모든 실제 대상들이 진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그런 기분이 들 때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한없이 부끄러워지곤 한다. 배우는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을 솔직하게 비추는 거울과도 같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연기 생활의 첫 단추를 연극 무대에서 끼웠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무대에 대한 나의 애정은 각별하다.
나는 연기 생활의 첫 단추를 연극 무대에서 끼웠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무대에 대한 나의 애정은 각별하다.
무대에서 직접 관객들을 만나 소통하는 것에 대한 사랑이다.
무엇보다도 같은 시간에 극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배우와 관객이 호흡하면서 '함께' 공연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
펄떡이는 '소통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연극은 특별히 매력적이라 하겠다.
아마도 그 '소통의 맛'에 매료되었기에 나는 내 청춘을 온전히 무대에 바칠 수 있었으리라.
내가 무대에서 땀 흘리던 시절에 비해 요즘은 여러모로 소통하기가 빠르고 편리한 시대임이 분명하다.
손가락만 몇 번 까딱하면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도 얼굴을 보면서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다만 혹시 그런 편리함, 인간의 욕망이 가져온 시공간의 압축이 우리에게 '진짜 소통의 맛'을, '진짜 시선의 힘'을 앗아가고
그 자리에 새로운 감각을 끼워 넣게끔 채찍질하는 것은 아닐까.
과연 나는, 내 몸은 편리해지는 만큼 더 행복해지고 있는 걸까.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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