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15-6-12
첫 한국은행권, 전쟁 와중에 일본 대장성서 인쇄
두 차례 액면 조정으로 1천원이 1원 되기도
우리나라 화폐는 광복 이후 70년간 격동기를 거쳤다.
돈의 단위는 물론이고 모양이나 액면이 큰 변화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홀로그램이나 은선 같은 다양한 위·변조 방지 장치들을 속속 장착했다.
◇ 돈 속의 초상…이승만 대통령부터 신사임당까지
1945년 8월 온 국민이 갈구하던 광복이 찾아왔지만 화폐 부문에선 독립이 5년 넘게 미뤄졌다.
1950년 6월12일 한국은행이 설립됐지만 일본강점기에 중앙은행 역할을 하던 조선은행이 발행한 돈(조선은행권)이 버젓이 유통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설립을 계기로 진정한 우리 화폐가 등장하는 데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국은행은 출범 13일 만에 전쟁이 발발하자 급하게 대전으로 본점을 옮겼다. 그러나 금고에 보관하던 금괴와 현금(조선은행권)을 미처 다 가져가지 못해 현금보유액이 4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급해진 한은은 일본 정부 도움을 받아 대장성 인쇄국에서 총 154억3천만원(1천원권 152억원, 100원권 2억3천만원)어치의 새 화폐를 만들어 미 군용기 편으로 김해공항에 들여왔다.
이것이 한국은행이 최초로 발행한 돈(한국은행권)이다.
최초의 한국은행권은 1천원과 100원권 등 2종류였다. 전쟁 중이던 당시 상황이 워낙 급박한 탓에 1천원권의 도안소재로 주일 대표부에 걸려 있던 이승만 대통령 초상화를 사용했다. 100원권엔 주일 대표부가 갖고 있던 책자에 수록된 광화문 사진이 들어갔다.
한은은 1959년 화폐제조비를 줄이고 소액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첫 주화(동전)를 발행했다. 100환 동전엔 이승만 대통령의 초상이 새겨지고 50환에는 거북선, 10환엔 무궁화가 등장했다.
1953년 화폐단위 변경(원→환)과 동시에 발행된 10환짜리 지폐엔 남대문과 해금강 총석정이 등장했다. 독립문은 100환짜리 지폐의 뒷면에 새로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1만원권의 앞면을 장식한 세종대왕 초상은 1960년 8월 한국조폐공사가 발행한 1천환 지폐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500환→100원→1만원권에서 명맥을 유지했다.
율곡 이이 초상은 1972년부터 5천원권에 사용됐다. 퇴계 이황은 1975년 1천원짜리 지폐에 등장했다.
가장 최근인 2009년 6월 발행되기 시작한 5만원권 지폐의 주인공으로는 율곡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이 선택됐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1958년 발행된 50환짜리 지폐 뒷면에 동상 도안으로 처음 등장했다가 1962년 화폐개혁과 함께 사라졌다.
그러다가 1973년 500원짜리 지폐에 다시 올랐으나 이 지폐가 동전으로 대체되면서 다시 지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순신 장군은 현재 100원 동전에 남아 있다.
◇ 원→환→원…돌고 돈 화폐단위
1945년부터 1952년까지 전쟁에 따른 생산 위축과 거액의 군비 지출로 물가가 400배 이상 폭등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에 정부는 1953년 2월 14일 긴급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화폐 단위를 '환'으로 바꾸는 긴급통화조치를 단행했다.
아울러 전후 인플레이션을 수습하고 경제활동을 안정시키고자 화폐단위를 100대 1로 절하했다.
이렇게 새 한국은행권이 발행됨에 따라 이승만 대통령과 광화문이 새겨졌던 최초의 한국은행권은 유물이 됐다.
1962년에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공표에 맞춰 환 단위 화폐 유통을 금지하고 액면을 10분의 1로 다시 낮춘 원 단위 화폐를 사용토록 하는 긴급통화조치를 또 단행했다.
두 차례의 액면 조정을 거쳐 최초의 한국은행권 1천원은 1원이 됐다.
최초의 한국은행권은 액면가치와 별개로 수집가들 사이에서 상당한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돈에 숨은 첨단 과학…위·변조 장치
현재 통용되는 4종의 지폐에는 홀로그램, 미세문자, 은선, 색변환잉크, 요판잠상, 볼록인쇄, 형광색사 등 첨단 기술이 결집된 20여 종의 위·변조 방지장치가 적용돼 있다.
홀로그램은 보는 각도에 맞춰 색상과 무늬가 다르게 나타나는 특수필름으로 제작됐다. 보는 각도에 따라 한반도 지도, 액면숫자, 태극 및 국기의 4괘가 나타난다.
홀로그램을 만들어 붙이는 것을 막으려고 홀로그램 위에 요판인쇄를 추가했다.
시선에 맞춰 색상이 변하는 색변환 잉크는 1만원과 5천원권은 황금색에서 녹색으로, 1천원권은 녹색에서 청색으로 바뀌도록 제작됐다.
지폐의 앞면 중앙 밑부분에는 '요판잠상'이 인쇄돼 눈 위치에서 비스듬히 보면 'WON'이 나타나지만 복사하면 이를 볼 수 없다.
앞·뒷면 맞춤 문양은 한쪽 면만 봐서는 태극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문양을 분리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이 때문에 불빛에 비춰봐야만 태극 문양이 나타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우리 돈은 첨단 기술의 집합체"라고 말했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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