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중국 테러 우려 명분 외국사 막고 자국기업 지원.. 커지는 '역차별'

바람아님 2015. 6. 22. 08:56

서울경제 2015-6-21

 

지난해 7월 이후 한국의 대표 메신저 라인과 카카오톡의 중국 내 표류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현재 신규 가입이 차단됐고 모바일 버전은 기존 가입자 간 메시지 전송 기능을 제외한 모든 기능이 차단됐다. 라인의 상황은 더 심각해 서비스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부도 대책을 내놓지 못해 속수무책 지켜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인 모바일 결제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우리 업체들로서는 중국 정부의 차단 조치로 전 세계 최대 시장 진출이 막히면서 신성장동력 확보가 난관에 부닥쳤다. 반면 우리가 중국의 '만리방화벽(만리장성+방화벽)'에 막혀 고전하는 동안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한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은 활짝 열린 우리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 산업 보호와 정보통제 정책을 펴 우리 업체가 기를 펴지 못하는 데 비해 중국 기업들은 거대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IT 시장을 자유롭게 공략하고 있어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IT 굴기(우뚝섬)' 정책에 발목 잡힌 IT 코리아=

중국 정부는 테러 정보 유출을 이유로 외국의 유명 메신저를 차단한다. 5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페이스북 차단이 대표적이다. 라인(6억명)과 카카오톡(2억명) 차단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6억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보유한 자국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은 별다른 문제 없이 서비스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어 대조적이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인터넷 서비스 통제가 더욱 강해져 자칫 라인과 카카오톡의 중국 서비스가 아예 불가능할 위기에 처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모바일 메신저 실명제를 도입하면서 정책·기술적 장벽이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인은 앞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물론이고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실명 인증을 받아야 한다. 실명이 아닌 e메일과 전화번호 기반으로 가입이 이뤄진 라인과 카카오톡으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글로벌 결제시장 진출 국가에서 중국을 제외했다. 네이버는 중국 진출 전략에서 한 발 후퇴해 간접 진출 방식으로 선회했다. 웹툰 시장의 경우 중국 시장을 두고 경쟁관계에 있는 위챗을 통해 우선 간접 서비스에 들어가고 현지 연락관과 중국형 맞춤 콘텐츠와 기능 개발을 통해 본격적인 진출 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서비스 이용자가 특정 수준을 넘어서면 '만리방화벽'으로 접속을 차단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외국 서비스가 받아들이기 힘든 규제를 도입해 자국 서비스를 밀어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안방 파고드는 IT 만리장성 견제해야=

중국이 국내 업체들의 인터넷 서비스를 장기간 차단하고 있지만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면 외교분쟁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는 와중에 라인과 카카오톡의 중국 내 가입자 수는 500만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다. 네이버는 차단 조치가 내려지기 직전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해 썼던 수십억원의 마케팅비를 날렸다.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주식회사도 경쟁자인 위챗을 뛰어넘는 투자금 마련을 위해 추진했던 일본과 미국 시장 상장계획도 늦췄다. 다음카카오 역시 주요 수익원으로 선보인 '카카오 게임' 등 부가사업이 올스톱 상태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아무런 제한 없이 우리 안방으로 속속 진출하며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텐센트는 하나은행과 모바일 결제 서비스 제휴를 맺고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동대문·명동 주요 관광지에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알리바바도 롯데면세점하고만 가맹점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티머니·하나은행 등과 모바일 결제 서비스 제휴를 추진해 부족한 가맹점 인프라 확보에 나섰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텐센트 등의 국내 진출은 국내 인터넷 업체는 물론 금융업계에도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며 "역차별 논란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