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7.01 강만수 前 기획재정부 장관)
민주주의는 다수결과 대의제를 기초로 한 삼권분립을 작동 원리로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쟁점이 있는 안건은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이 필요하도록 하여
사실상 소수가 의결권을 갖게 되는 '소수결(少數決)'을 채택함으로써 다수결이 부정되고,
다수당이 국회를 주도하는 대의제도 무력화되었다.
야당이 반대하면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없는 구조다.
미국 헌법을 초안한 제임스 매디슨은 일찍이 민주주의의 내재적 한계로 '정부(입법과 사법을 포함한 광의의 정부) 자체의 통제'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국회가 공무원연금법과 함께 통과시킨 개정 국회법에서 행정법령에 대한 국회의 개정 요청을 규정한 것이
위헌이라는 이유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야당이 국회를 전면 거부함으로써 '정부 자체의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좀비가 된 국회가 행정부도 좀비로 만들었고, 이것을 통제할 장치는 없다.
민주주의(democracy)는 원래 '이즘(ism)'이 아니라 '체제(cracy)'이다.
가치도 철학도 아니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방법이다.
중국의 경제 약진은 언론·결사·집회의 자유가 없는 중국식 통치체제의 우위, 즉 '베이징 컨센서스'임을 말하는 사람도 생기게 하고 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의 생활수준이 30년 만에 배로 올라갔는데 중국은 10년마다 배로 올라갔다고 추정했다.
미국인의 31%가 정부에 매우 만족하는데 중국인은 85%가 그렇다는 조사도 나왔다.
우리는 우리의 '민주주의 정부'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유례없이 닥쳐온 가뭄과 메르스는 끝날 줄 모르고, 음식점 매출은 30%나 줄고, 중국인 유커(관광객)는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고,
수출은 근래 최악으로 10%나 줄고, 성장(1분기)은 0.8%로 일본(1%)에도 뒤지고 있다.
가뭄과 역병에다 경제는 기우는데 민주주의는 작동을 멈추고 국회 통과를 기다리던 61개의 경제활성화법이 3년째 보류되었다.
5분의 3 이상 의석을 갖는 거대 정당의 탄생도 난망하고,
소수결 채택을 주도한 지금의 여당과 야당에 헌법재판소 위헌 제소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대로 가면 가계도, 기업도, 정부도 공멸(共滅)의 길을 피하기 어렵다.
공멸로 가게 되면 청와대와 여당의 다툼도 부질없고, 야당의 국회 거부도 허무하다.
누가 이긴들, 누구를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피땀 흘려서 이룩한 산업화와 민주화도 소용없는 참담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우리 헌법은 국회는 법률로, 사법부는 판결로, 행정부는 법률과 판결에 따라 업무를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행정법령에 문제가 있으면 정부에 개정 요청을 할 것이 아니라 국회 스스로 법률을 고치면 되고,
법률에 문제가 있다면 사법부의 판결로 해결하면 되고, 다수결은 조속히 회복시켜야 한다.
지금 이렇게 경제가 후퇴하면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있다.
행정부는 환율을 바로잡아 수출을 회복시키고, 소상공인의 세금도 깎아주고,
역병에 대처하기 위해 보건행정을 강화하는 추경도 빨리 편성해야 한다.
국회는 경제 활성화 관련법을 지체없이 통과시켜야 한다.
오래전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말이 생각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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