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 2015.02.11
겨울방학 중이던 1959년 1월 30일, 문교부가 '어린이 훌라 후프 금지령'을 내렸다. '골반을 격렬하게 움직여 탈골(脫骨)을 부를 수 있으며 혈액순환과 소화에도 장해를 일으킨다'는 보건사회부 견해에 따라, '철저히 금지'하라고 시·도에 지시했다(조선일보 1959년 1월 31일자). 1958년 8월 미국에서 시작된 훌라후프 열풍은 같은 해 연말 한국에 상륙해 인기가 폭발하고 있었다. 가장 많이 갖고 노는 어린이들에게 금지령을 내렸으니 몇 달 만에 철퇴를 맞은 것이다.그러던 훌라후프가 이 땅에서 부활한 건 1990년대 초반이다. 처음엔 지방 축제 등에서 선보였다. 전국적 유행에 결정적으로 불을 댕긴 건 TV 드라마였다. 1992년 10월부터 방영되며 60% 안팎의 경이적 시청률을 올린 '아들과 딸'에서 부잣집 모녀로 나온 채시라와 고두심이 집 마당에서 훌라후프를 신나게 돌려대는 걸 본 사람들이 전국의 체육용품점에 몰려들었다(조선일보 1993년 7월 23일자). 총선 유세전이 뜨겁던 1996년 3월 김홍신 민주당 대변인은 대학로 한복판에서 훌라후프를 돌렸다. 이제 훌라후프 금지령은 젊은 세대에겐 이해조차 힘든 일이 됐다. 반 세기 전 당국이 어린이들의 사용을 금지했던 이 운동기구는 지금 여러 초등학교에서 체육 교재로 쓰인다.
김명환 사료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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