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2015-7-22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추진해온 서울 지역 25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대한 평가 작업이 마무리됐다. 올해 11개 자사고를 대상으로 실시한 재지정 평가에서는 자사고 4곳이 기준점수에 미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가운데 미림여고에 대해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에는 14개 자사고를 평가해 6개교의 지정 취소를 결정했으나 교육부의 제동으로 이들 학교는 현재 자사고로 운영되고 있다. 이로써 서울 25개 자사고 중 일반고로 전환되는 학교는 미림여고 1곳뿐이다. 그나마 이 학교는 스스로 일반고 전환을 택한 사례다. 조 교육감의 ‘자사고 죽이기’ 정책은 교육현장의 혼란 등 평지풍파만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된 자사고는 서울에서 과잉 지정된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차별화된 교육을 원하는 수요가 지역 내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사고의 학부모들은 갑작스러운 지정 취소 방침에 거세게 반발했다. 조 교육감의 실패는 진보 진영의 ‘자사고 폐지’ 의제를 관철하는 데 급급해 학부모들의 열망을 외면한 데서 기인한다.
처음부터 자사고 수를 줄이는 것으로 내부 결론을 내려놓고 평가를 진행한 것도 명분 면에서 크게 밀렸다. 자사고가 인근 일반고에 미치는 영향을 의미하는 ‘공교육 영향’을 평가지표에 추가해 의도적으로 점수를 떨어뜨렸다. 자사고가 설립된 지 몇 년도 되지 않아 문을 닫게 만드는 졸속 대책이라는 점도 여론을 조 교육감에게서 등 돌리게 만들었다.
조 교육감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일반고 살리기’는 필요한 일이지만 ‘자사고 죽이기’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아니었다. 일반고 살리기는 우수교사 배치, 방과 후 수업 지원 등 일반고 자체의 역량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조 교육감이 기세등등하게 자사고를 향해 칼날을 휘두르는 동안 서울 교육수요자들의 불안과 혼란은 증폭됐다. 자사고 재학생들은 전전긍긍했고 자사고 진학을 목표로 했던 학생들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과 학생 학부모들의 피해만 키웠던 자사고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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