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일사일언] 날씨 틀리는 기상캐스터?

바람아님 2015. 7. 22. 07:41

(출처-조선일보 2015.07.22 팀 알퍼·칼럼니스트)


팀 알퍼·칼럼니스트 사진나는 TV를 보면서 소리 지르는 게 취미다(약간 이상한 취향이란 건 인정한다). 나처럼 TV를 보면서 소리 
지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럴 때 보라고 꼭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 뉴스 기상 예보다.

한국의 한 지상파 채널의 아침 뉴스 시간 기상 예보엔 특징이 있다. 
기상캐스터는 전부(!) 여자인데, 보통 패션모델처럼 짧고 몸에 딱 붙는 옷을 입고 나온다. 
이들은 보통 기상 예보를 전하면서 미동도 하지 않는데, 옷이 너무 꽉 끼어서 그런 것 같다. 
저녁 뉴스 시간 기상 예보 때 캐스터들은 아침보단 약간 길고 넉넉한 옷을 입고 나온다. 
그 덕분인지 저녁 뉴스 기상캐스터들은 다양한 몸짓까지 섞어서 복잡한 컴퓨터그래픽으로 된 
기상 정보를 설명해준다.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SF영화라도 보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정작 중요한 기상 정보를 놓치기 일쑤다. 그게 제작진이 노리는 바인 것 같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매력적인 여성들이 기상캐스터로 나오는 건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그들이 알려주는 기상 예보가 꽤 자주 틀린다는 점이다. 

캐스터가 비가 내릴 것 같다고 얘기한 날이면 '쾌청한 하늘과 눈 부신 햇살로 가득한 날이 되겠군'이란 생각이 든다. 

내 모국인 영국에선 패션모델 같은 기상캐스터를 TV에서 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TV 기상캐스터들은 기상학 전문가처럼 생긴 

사람들(그래서 약간 따분하게 보이긴 한다)이다. 그들이 실제로 기상학 관련 학위를 가졌거나 관련 실무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BBC 기상캐스터 중에 마이클 피시(Fish·생선과 철자가 같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영국 기상 예보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존경받는 기상캐스터일 것이다. 

1987년 그가 TV에서 

"오늘 한 시청자가 '허리케인이 오고 있다'고 제보를 했습니다만, 걱정 마시길 바랍니다. 허리케인이 올 일은 없을 겁니다"고 

말한 지 몇 시간 뒤 300년 만에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이 영국을 덮쳤다. 

이 '생선 선생'과 그의 동료들 모두 나무랄 데 없는 기상학 전문가였지만, 정확성은 한국의 패션모델 같은 캐스터들과 

별다를 바 없었던 것 같다. 이러니 기상 예보를 보면 종종 소리를 지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