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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중2병 퇴치법

바람아님 2015. 7. 21. 11:46

(출처-조선일보 2015.07.21 정재찬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


정재찬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메르스보다도 더 일찍이, 더 널리, 그것도 해마다 퍼지는 역병이 하나 있다. 
'중2병'이라 불리는 돌림병. 
사춘기 증후군에 속하는 이 병의 주요 증상은 허세 작렬, 무조건적 반항, 과격한 행동, 까닭없는 우울증 등 개인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며,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법이나 백신은 개발된 것이 없다. 
시간이 경과하면 체내 호르몬 감소와 더불어 대부분 자연 치유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때로는 인생을 좌우할 정도로 치명적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기왕 나온 농담 조금만 더 해 보자. 차제에 사춘기 중고생들을 모두 기숙사에 격리 수용하는 것은 어떨까? 
한번 생각해 보라. 전국 5000개 중고등학교에 기숙사가 세워지는 모습을. 
우리나라 건설 경기가 되살아나고, 사감과 관리인 등 신규 고용 창출이 이루어지며, 국토는 균형 발전을 이룩할 것이니, 
4대강 사업보다는 이것이 정녕코 나으리라.

그뿐이랴.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나올 수 없은즉, 사교육은 저절로 근절될 터,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학생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건강해지고, 빈부의 격차가 없으므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지며, 
자립심과 협동심 등 인성까지 좋아지게 된다. 그리고 주말이 오면, 드디어 가족과 면회를 한다. 
가끔 보면 참 좋다. 잔소리도 없어지고 반항도 사라진다. 
아, 이것이야말로 우리나라 가정이 회복되고 사회가 안정되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일사일언] 중2병 퇴치법
이런 농담을 하면, 교사와 학부모 누구나 할 것 없이 열화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데, 
아무리 봐도 그들 눈치가 이걸 농담으로만 받아들이는 것 같지가 않다. 
문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중2 병이나 사춘기도 죄가 없다. 
아침부터 자녀를 깨워 전쟁터로 내모는 데 부모들은 지쳤다. 
잠도 못 자고 아침도 거르고, 빈부 격차에 가슴 앓고 사교육에 찌들며, 
친구 간에 경쟁만 하고 가족의 평화도 사라지는 땅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는 걸 아무도 원치 않는다.

오죽하면 이 꿈같은 농담이 진담이 되길 바라겠는가. 그러니 다음 대선 공약은 이랬으면 좋겠다. 
무상 급식은 기본, 의무 기숙사를 무상으로 제공해 주겠노라고. 
어차피 안 지킬 공약이라면, 듣기에라도 즐거운 농담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