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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중국 열병식 지해범 논설위원·동북아시아연구소장

바람아님 2015. 8. 30. 11:28
(출처-조선일보 2015.08.29 지해범 논설위원·동북아시아연구소장)

올 5월 9일 모스크바 크렘린궁 시계가 10시를 가리키자 양파 모양 지붕을 인 성 바실리성당 앞으로 두 깃발이 등장했다. 
2차 대전 승리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과 러시아 국기를 든 기수대가 절도 있게 걸어 붉은 광장 1만6000여 군인들 복판에 
도착했다. 러시아 승전 70주년 열병식이 그렇게 시작됐다. 야르스 미사일을 비롯한 최신 무기들이 뽐내는 동안 단상에선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귀엣말을 나누며 '밀월'을 과시했다.

▶중국에서 첫 열병식이 열린 것은 건국을 선언한 1949년 10월 1일이었다. 항일 전쟁과 국공(國共) 내전을 끝내고 출범한 
신(新)중국의 첫날 톈안먼광장에 1만6400장병이 도열했다. 
톈안먼 2층 주석대에 선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 중앙인민정부가 오늘 성립됐다"고 선포하자 광장이 박수와 함성으로 
뒤덮였다. 인민군 총사령관 주더(朱德)가 소련제 지스110 승용차를 타고 들어서자 마오가 모자를 벗어 화답했다. 
중국 열병식은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 것을 그대로 본떴다.
[만물상] 중국 열병식
▶중국 지도자들의 열병식은 그들 나름의 시대적 의미를 담고 있다. 
세 번 실각 끝에 집권한 덩은 1984년 건국 35주년에 자체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해 신무기를 무더기로 공개했다. 
그가 선택한 '개혁·개방 노선'이 옳았음을 안팎에 자랑했다. 1999년 건국 50년 기념식에서 장쩌민은 훙치(紅旗) 자동차에 
올라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었다. 덩의 그늘을 벗어나 실질적 일인자가 됐음을 즐기는 듯했다.

▶세계 최대라는 중국 열병식 뒤엔 병사들의 피땀이 있다. 
평균 키 178㎝ 늘씬한 여군들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려고 T자형 나무 자를 등에 댄다. 
줄마다 17명이 긴 대나무를 목에 차고 줄을 맞춘다. 
집총하는 병사들의 땀이 개머리판을 타고 떨어진다. 
장군들도 고된 훈련으로 몸무게가 5㎏씩 빠졌다. 
열병식을 주로 10월 1일 국경절에 하다 올해는 9월 3일 '항일 전쟁과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에 연다. 
45년 일본이 미주리함에서 항복서에 서명한 날이다.

▶시진핑 집권 후 처음인 열병식에는 중국과 11개국 장병 1만2000여 명이 나선다. 
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 전략미사일을 비롯해 100% 중국산 무기가 총동원된다. 이 중 84%가 신무기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49개국 지도자가 참석해 러시아 전승절 때의 두 배가 넘는다. 
중국은 열병식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으로 섰음을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중국이 굳이 힘을 자랑하려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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