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21세기가 중국의 시대?… 키신저의 비관론이 이겼다

바람아님 2015. 8. 30. 15:02

(출처-조선일보 2011.06.22 전병근 기자)

세계 석학의 복식 토론 배틀인 '멍크 디베이트'
중국의 시대 온다 - 경제 궤도 이탈 가능성 희박, 실용적 지도자가 개혁 주도
아니다 - 해결할 국내 문제 산적… 세계의 리더 될 수 없어
대결 결과는 - 토론 끝난 뒤 청중 표결… "아니다"가 62% 차지

'21세기는 중국 차지가 될 것인가?' 이 화두를 놓고 세계 정상급 석학들이 복식조로 '토론 배틀'을 벌였다. 

3년째 인기를 더해가는 캐나다 토론토의 '멍크 디베이트(Munk Debates)'.

'그렇다(Yes)' 편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와 데이비드 리 칭화대 세계경제중국연구소 소장이, 

'아니다(No)' 편에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 파리드 자카리아 타임 편집장이 섰다.

18일 저녁 토론 시작 전부터 토론토 시내 로이톰슨홀은 2700명 방청객들로 꽉 찼다. 

룰에 따라 토론 전 청중 표결이 있었다. 39% 대 40%(미정 21%)로 키신저 팀의 박빙 우세. 

정장 차림의 토론자들은 나란히 무대 위 의자에 앉아있다가 차례대로 의견을 개진했다. 

헤드셋마이크를 낀 채, 마치 법정에 선 변호사처럼 열변을 토하며 객석을 향해 지지를 청했다.




먼저 퍼거슨이 "21세기는 중국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역사적으로 19~20세기만 예외였지 대부분 세기가 중국에 속했다. 

다음 10~20년간 중국의 경제 기관차가 궤도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 

그는 "유로존 위기와 미국의 막대한 적자는 서구 몰락의 신호들"이라며 "이들은 결국 중국 손안에 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자카리아가 받았다. 그는 "일본도 한때 차세대 세계 수퍼파워로 예측됐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면서 

"중국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21세기는 어느 일극 국가가 지배할 수 없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층적이고 다문화적인 세계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반격에 나선 리 소장은 먼저 "중국인이 나 혼자라서, 또 중국에선 연장자들과 논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배웠기 때문에 

극도로 불리하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여전히 활력의 에너지로 넘치고, 국가 부활에 대한 기대에 차있으며, 세계에 새로운 발전 모델과 희망이 

되면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실용적인 지도자들은 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고, 

외국 경험이 많은 청년층이 늘면서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커져 이것이 국가 추동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 경계론'을 의식한 듯 "중국의 부상이 서구의 몰락을 뜻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다른 나라의 점심을 먹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키신저가 일어섰다. 

그는 "지난 40년간 직접 목격한 중국의 성취는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장차 막대한 국내 문제에 골몰하느라 금세기를 지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매년 수백만 노동자들이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간다. 30년 내 연금수혜자 한 명당 노동인구가 2명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그는 "이처럼 근본적인 경제·정치 개혁에 매달릴 나라가 동시에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 거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상호 반론이 핑퐁처럼 이어졌다. 

퍼거슨이 "중국이 일본의 길을 답습했다면 이미 추락했어야 한다. 중국은 독자적인 길을 가고 있다"고 하자, 

자카리아는 "중국의 번성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세기의 특징은 중국의 헤게모니가 아니라 복잡성이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치열한 설전은 중간중간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방청석에서는 쉴 새 없이 폭소와 박수가 쏟아졌다. 

다양한 통계와 사례가 인용되는가 하면, 서로 상대편 책을 인용하며 역공을 펼치곤 했다.

2시간 토론 후 청중 표결은 62% 대 38%. 키신저 팀의 완승이었다. 

하지만 참석장 분위기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여전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멍크 디베이트(Munk Debates)?


금광재벌인 피터 멍크가 세운 캐나다 오리아재단이 지난 2008년부터 주최하는 글로벌 토론회. 연 2회 토론토에서 열린다.
국제 현안을 두고 세계 정상급 지식인 2인씩 2개조가 일종의 '토론 배틀'을 벌인다.
2시간여 토론 전후에 청중이 투표를 해 승패를 나눈다. 방청석 표(25~90달러)는 일찌감치 매진된다.
 
영국 공영 BBC와 미국 공영 CSPAN이 중계할 정도로 국제적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