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시론] '軍事 굴기' 숨기지 않으려는 중국

바람아님 2015. 9. 4. 09:30

(출처-조선일보 2015.09.04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중국이 3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기념하는 전승절 행사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대대적으로 
거행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 이번 열병식에는 군 병력 1만2000여명과 500여대의 무기 장비, 
200여대의 군용기가 동원됐다. 이번에 선보인 무기는 모두 중국산이며, 84%가 처음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최신형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31A와 항모 킬러로 불리는 최신형 둥펑-21D 
탄도미사일 등 7종류 100여기의 미사일도 등장했다. 
또 공중조기경보기와 공격형 헬기, 전투기, 폭격기, 함재기, 해상초계기 등 중국의 최신예 군용기들이 
톈안먼 위를 비행했다. 
가히 중국의 '군사(軍事) 굴기(崛起)'를 만천하에 드러낸 야심 찬 퍼레이드라 할 수 있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중국몽(中國夢)의 실현을 위해 특히 경제와 외교 차원에서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신형(新型) 대국 관계'의 요구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과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에 이르기까지 
그간 중국의 부상은 주로 외교와 경제 차원에서 논의돼왔다. 
이번 전승절 행사는 중국의 '군사 굴기'를 공식적으로 대내외에 천명함으로써 경제·외교·군사로 구성되는 '중국 굴기 3종 
세트'에 방점을 찍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시진핑 등장 이후 군사 현대화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제1도련(島鏈 , island chain)에서 제2도련(島鏈)으로 해양 방어선을 확대하는 한편, 
미국을 겨냥한 '반(反)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열병식에서 선보인 첨단 무기들은 그러한 목적을 가진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군사 굴기를 굳이 숨기지 않으려는 중국의 속내는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과의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도 자신의 정당한 위상을 
인정하라는 요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군사적 위세가 강화될수록 미·중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할 상황은 아니지만 최악의 경우 선택을 
강요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상황을 대비한 한국의 전략은 한·미 동맹을 명실상부한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과 협력동반자 관계를 병행 추진하는 방안 외에는 없다.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고 아시아 동맹국과 우방국에 신뢰성을 유지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지역 내 기존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군사력을 아태 지역 중심으로 재배치하는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은 필연적으로 한·미 동맹 강화와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숙제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이제는 화려한 외교적 프로토콜 뒤에 따라올 계산서를 어떻게 셈할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 일본 일각에서 거론되는
한국의 '중국 경사론'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미 동맹 관계의 견실한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일본과는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조속히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의 공통분모를 확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서
거론한 동북아 소다자주의 협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한·미·일, 한·중·일, 한·미·중 등 다양한 층위별로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는 외교적 담대함이 필요한 시점이다.